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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인공지능 시대에 보건의료와 제약산업이 나아갈 방향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2018122,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이후 2년만에 새로운 뉴스를 알렸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 단백질 구조 예측대회(CASP)에서 알파폴드(AlphaFold)’ 시스템으로 2위와 큰 격차를 내면서 우승을 한 것이다. 전통의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을 꺾고 딥러닝이라는 AI가 적용된 프로그램이 단백질 구조 예측 생태계에도 거대한 발자국을 디딘 것이다. 일종의 생물학판 알파고이다.

 

알파폴드는 현재 2시간이면 구조 하나를 예측할 수 있다는데, 이 속도라면 앞으로 5~10년 안에는 알파폴드로 예측된 단백질 구조의 숫자가 지금까지 풀린 단백질 구조 숫자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구조생물학자들은 AI가 예측한 단백질 구조를 기본으로 실제 단백질 구조를 푸는 것을 일상화하게 될 것이다. 생화학계에 대변혁이 오는 것이다. 이제까지 실험이라고 하는 것이 차지했던 많은 부분이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에 의한 부산물로 대치될 것이다.

 

미국 식약처인 FDA 2018126, framework for FDA’s real-world evidence program을 발표하였다. 비록 Real World Data (RWD)Real World Evidence (RWE)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 오고 있긴 했지만, 학계나 산업계가 아닌 정부기관인 FDA에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이니셔티브를 가져가고 있는 모습은 타국가의 시민 입장에서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얼마나 RWE를 만들어낼 수 있는 RWD가 중요한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FDA에서 발표한 이 프로그램에서 FDAEHR, 청구기록, 환자 코호트 기록, patient-generated data 등 다양한 주체, 기기 등에서 생성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기록을 RWD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면, 현대 의학은 근거기반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위에 세워졌다. 매우 잘 통제된 환경에서 시행된 임상 시험 등을 토대로 통계적 근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해왔다. 결과의 정답유무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특정 세팅을 만들어내고 이 정답들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그러나 임상시험 등의 특정 환경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 너무나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 정답이란 것이 실제 진료환경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활용하기 힘든 데이터라 치부되어 버려져 왔던 실제 진료 환경에서 일상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나, 의료기관 밖에서 환자의 스마트폰 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해보자 하는 것이 RWD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이다. 그리고 이런 RWD를 충분히 잘 활용하여 RWE를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신약 개발을 한다든지, 아니면 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신약을 개발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시대에 보건의료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AI가 더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게 되더라도 기본적인 의료진, 의료기관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범람하고 있는 정보 속에서 어떤 정보가 의미가 있는 정보인지, 또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인지,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적용 시켜야 하는지 등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의료진이 아니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보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통계가 가져다 주는 의미, AI가 가져다 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서 이를 환자와의 진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진료 기록을 작성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진료 기록은 진료만을 위하여 작성을 하고, 연구를 위해서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또 다른 정형화된 형태로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다시 한번 데이터를 리뷰하고 작성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진료기록 대부분이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크지는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 크다.

 

 앞으로는 진료기록 대부분이 연구를 위한 기본 데이터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양과 질적으로 가치 있는 진료 기록의 경우에는 바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상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의료진과 병원이 학문적인 욕구를 채우고 부가적인 수입을 얻었던 것처럼, 이제는 일상의 진료기록을 작성하면서 비슷한 일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신약이 개발되고, 디지털 신약 등의 AI 서비스가 개발이 되면 이에 대한 보상을 분배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의료진이 보다 시간을 들여 정형화된 데이터 형태, 코드화된 형태로 진료기록을 작성하게 될 동기가 생긴다. 또는, 정형화된 데이터 형태로 데이터를 대신 입력해줄 사람을 고용하게 될 수도 있다. 또는, 인공지능 등에 의해 진료기록이 자동으로 정형화된 데이터 형태로 변화하게 될 수도 있다.

 

 올 초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19억 달러를 들여 겨우 5년된 EHR 기업인 Flatiron을 인수하였다. 인수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Flatiron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의료진이 데이터를 보다 쉽게 입력할 수 있게 해주고, 이를 바로 정형화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다. , FlatironEHRRWD 생산 툴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면서 또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귀찮음을 느끼지 않도록 뛰어난 UX를 내재하고 있다.

 

 또 아마존 역시 진료기록 내용의 일부를 코드화된 형태로 바꿔줄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공개한 바 있다. 가까운 미래, 3~5년 안에 국내에도 위와 같이 뛰어난 UX로 입력과 동시에 RWD로 바뀌지만 데이터 입력이 불편하지도 않게 하는 EHR들이 출시될 것이고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전부가 아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발전으로 인해 병원 밖에서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고 있다. Patient-Generated Health Data (PGHD) 또는 Life log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데이터이다.


개인의 데이터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거나 개인이 가지고 있고,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의 신뢰도에 등에 대한 무결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기술도 많이 있다. 동형암호, 블록체인, 전자서명 등이 이를 도와주는 기술들이다. 결국 거대한 데이터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기여하는 사람은 이에 대한 보상을 보다 많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제약산업도 크게 변할 것이다. CRO 등을 통해 임상시험 수행을 하면서 약에 대한 검증을 마치던 거에 국한하지 않고 이제는 보다 의미 있는 RWD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줄이거나, PMS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등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미 출시된 약의 작용,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PROMs 형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약을 개량한다든지 새로운 적응증을 발견한다든지, 등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 AI가 돌풍을 여러 분야에 걸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 제약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새로운 의료, 신약 등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워지고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라는 말이 있듯이, 데이터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즐기면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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