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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헌혈 장병 모르게 DNA 채취? 생명윤리법 위반한 복지부

적십자사, 인체유래물은행 미허가 상태로 국군 헌혈 제공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위법사항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국방부와 '헌혈혈액 보관검체 군 전사자 등 신원확인 연계시스템 공동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협약 과정에서 복지부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41조(인체유래물은행의 허가 및 신고) · 제42조(인체유래물 채취 시의 동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혈액관리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대한적십자사는 혈액관리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 국방부는 1982년 군 혈액공급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까지 군부대 단체헌혈을 독점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후 2014년 복지부 · 국방부는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 보관된 '혈액 검체' 일부를 군 전사자 등의 신원확인용 시료로 제공하는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은행'으로 허가받은 기관만이 인체유래물 또는 유전정보 등을 수집 · 보존해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대한적십자사가 인체유래물은행으로 허가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생명윤리법 제41조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은행을 개설하려는 자는 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명윤리법 제42조에 의거하면 인체유래물은행은 인체유래물연구에 쓰일 인체유래물 채취 시 채취 전 인체유래물 기증자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로부터 2014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연도별 헌혈 건수 · 시스템 보관 검체 수 · 서면 동의서 제출 현황' 자료를 김승희 의원실이 받아서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국군장병 헌혈 검체는 총 2,114,677건 체취됐으나 이 중 서면동의서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러한 법 위반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최소 2백억 원을 절감한다는 대대적 홍보만 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 ·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처 간 협업 모범사례'라며, "해당 협약으로 유사시 군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 매 10년마다 2백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홍보했다.

김승희 의원실은 복지부에 생명윤리법 제41조 · 42조 위반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복지부는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검체 채취 · 보관 목적은 '전사 및 순직 장병 · 군무원의 신원 확인'을 위함이며, 생명윤리법 상의 '연구 목적'이 아니므로, '인체유래물은행 허가 및 채취 동의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생명윤리법 제2조(정의) 제13호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은행이란 인체유래물 또는 유전정보와 그에 관련된 역학정보(疫學情報), 임상정보 등을 수집 · 보존해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는 기관을 의미한다'고 적시돼 있다. 김 의원은 "동법 제41조에 따라 대한적십자사는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법률 위반이 옳다."고 덧붙였다.

서면 동의서의 경우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호 서식에 따라 채혈 전 '헌혈기록카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어, MOU 체결 이후 검체보관 관련 서면동의서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생명윤리법 제42조 어디에도, 헌혈기록카드 작성으로 서면 동의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적혀 있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 4년간 211만명의 군장병이 헌혈을 하고 같은 수의 DNA 시료가 보관됐지만 서면동의서는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위법 사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탓"이라면서, "군 전사자 신원 확인을 위한 대비는 필요하고, 부처 간 협업으로 예산을 아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법 위법사항 여부를 확인해 필요하다면 법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정부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