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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수술실 비운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지혈…분통 터뜨린 유가족

유가족, 수혈 이뤄지지 않아 vs A성형외과, B대학병원 CCTV 제출 안해 vs B대학병원, 이미 호흡곤란 불안정

대리수술 · 무면허 의료행위가 사회적으로 이슈되면서 근절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례로 울산 소재 산부인과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수술 봉합 · 요실금 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수백 차례나 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부산 소재 정형외과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주도로 어깨수술을 한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환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한 파주 B정형외과에서는 대리수술 · 무면허 수술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10월 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 수술보조 참여 실태를 집중 조명하여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가운데 환자단체연합회는 11월 22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술실 내 환자 안전 · 인권보호를 위한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 권대희 씨의 유가족 이나금 씨의 경우 취업 준비를 위해 A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아들이 과다출혈로 사망하자 수술실 CCTV를 통해 아들의 사망에 대한 병원 측 과실을 확인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는 집도의 등 관계자 4명에게 무면허 의료행위 ·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故 권대희 씨 유가족은 A성형외과를 상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유가족 · A성형외과 · B대학병원 및 제3자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 사망 책임은 B대학병원에 있다? 병원 간 엇갈린 주장

유가족 이나금 씨는 "평소 아래턱에 컴플렉스가 있던 아들  권대희는 보다 수월한 취업을 위해 안면윤곽 수술을 결정했다. 그런데 2016년 9월 8일 이뤄진 수술은 뇌사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당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집도의(원장)는 뼈 절제 후 다른 수술을 하기 위해 수술실을 , 이후 유령의사의 시술이 지속됐다. 이후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가 지혈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나금 씨는 "故 권대희는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 순간에도 방치됐다. 당시 수술실을 지키던 간호조무사는 휴대폰을 만지고 눈화장까지 했다. 장시간의 수술에도 혈압 상태가 회복되지 않았던  권대희는 결국 B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 결정이 내려졌고, 당장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119구급대보다 피가 먼저 도착했으나 조치 없이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나금 씨는 "원장이 수혈 · 전원 조치는 마취과 의사 소관이라고 했다. 그런데 야간 호출을 받고 병원에 도착한 마취과 의사는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원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병원에서는 피 · 119가 동시에 와서 수혈할 틈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수술실 CCTV 확인을 해보니 피가 먼저 도착했다. 피가 먼저 와도 수혈은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나금 씨는 "B대학병원 의무기록지에는 B병원에 도착했을 때 故 권대희 씨의 △출혈량은 3,500cc △헤모글로빈 수치는 5.5 △헤마토크리트 수치는 16.3% △혈압은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나금 씨는 "B대학병원 의무기록지를 감정한 C대학병원은 일반적으로 전체 혈액의 40%가 소실되면 쇼크 상태에 빠지지만, 故 권대희 씨 사례와 같이 수액을 꾸준히 주입할 경우 바로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B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환자는 구토 · 호흡 곤란 · 의식 변화가 동시에 왔기 때문에 수혈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상태 호전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A성형외과는 B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기 전까지는 환자 상태가 비교적 괜찮았으나, B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 중심정맥관 시술을 받던 도중  뇌사 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7일 A성형외과 관계자는 "환자는 단순 수혈을 위해 이송 조치가 이뤄졌으며,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중심정맥관 시술 중에 환자에게 쇼크가 와서 사망했다. B대학병원은 CCTV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결론이 난 게 아니어서 더는 말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A성형외과 측은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할 말이 없다."며, 마취과 의사의 주의 · 조치 의무 이행 여부 등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故 권대희 씨는 타 병원에서 수술 후 심한 출혈 · 합병증으로 악화된 상태에서 우리 병원 응급실에 전원한 환자였고, 우리 쪽에서는 나름 적절한 응급조치를 시행했으며, 치료 상의 문제는 없었다."며, "이미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안 좋은 상태였다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언급했다.

◆ 무면허 의료행위 및 대리 · 동시수술의 대안, 수술실 CCTV 법제화가 유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위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환자단체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내 환자 안전 · 인권 보호를 위한 대안이 CCTV 설치 말고는 마땅한 게 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더는 미루면 안 된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도 수술실 CCTV를 논의 중인데, 우리나라에서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본다. 이 논쟁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는 대리수술을 뿌리 뽑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고 호언장담했어도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수술실 CCTV로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돼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될 뿐만 아니라 수술 등 의료행위를 받은 환자와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 및 비밀이 현저히 침해될 것이다. 결국 수술 의료진 · 환자 간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라고 반대했다.

국민 여론은 어떨까? 9월 27일 경기도청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1천 명의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에 따르면,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내 CCTV 설치 · 운영을 찬성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제안한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운영 토론회에서는 22%의 의사가 CCTV 설치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금년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간사(더불어민주당 · 서울 성북을) 등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서면 질의했고, 복지부는 "환자 동의를 얻어 수집 목적 범위 내 사용을 전제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다. 환자 동의 아래 CCTV 자율설치를 권장하겠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경기도 시범사업 결과를 살펴보는 한편, 의료계 · 환자단체 ·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은 현재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2014년 故 신해철 씨 사망 이후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필요성이 공론화되면서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15년 최동익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나 의료계 반대에 밀려 심의도 없이 자동 폐기된 전력이 있다.

환자단체에서는 대표발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법이 심의될 수 있도록 향후 입법청원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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