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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신약개발의 패러다임 변화

배영우 (주)메디리타 대표이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

우리나라의 연간 총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전세계에서 5위 수준이며, 국내총생산 대비로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상근 연구원도 38만 명을 넘어 규모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규모보다는 연구개발 투자의 내용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조정을 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주력 분야로 손 꼽히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살펴보자. 정부의 연구개발 총 투자규모가 연간 20조원을 상회하지만,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지 않고 있으며, 투자비율도 8%에 머물러 옆에 일본의 19%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런 일본 조차도 지속적인 투자 유지의 부족으로 연구성과의 결과를 미국이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노벨상의 영광을 안은 혼조 교수의 연구성과가 결국에는 BMS로 넘어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것은 제약바이오 분야는 긴 안목을 가지고 연구개발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투자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역대 최대규모의 단일 국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인보사의 경우도 그 시작은 1994년의 코오롱과 인하대의 공동연구이다. 20여년의 세월을 인내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과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는 다른 양상으로 벤처캐피탈의 신규 투자 비중은 바이오의료 분야가 1위이며, 코스닥에 제약바이오 기업의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계속 증가하여 연간 2조원에 육박하고는 있지만 스위스의 로슈가 작년 한 해에 투자한 연구개발비 13조원에 비하면 미미한 실정이다. 글로벌 빅파마인 스위스의 노바티스와 로슈 두 회사가 한 해에 투자하는 연구개발비가 23조원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한 해 연구개발 예산보다도 많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 5위라는 통계적 수치의 함정에 빠지면 안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약바이오 시장이 규모 면에서도 반도체의 몇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우리나라 기업의 변신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유한양행이 제약바이오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3세대 폐암치료제인 레이저티닙으로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방형 혁신으로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만 12개나 갖추었고, 2015년부터 8개의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걸리는 점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연구개발을 확장해 접근하는 방향은 신약의 성공율을 높이는 방법이며, 전통 제약사들이 실적회사에서 신약회사로 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빅파마는 분야에 따라서 후보물질 발견단계에서도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더욱 유연성을 가지고 초기 단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집중해도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빅데이터와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신약탐색 단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약탐색에는 수 많은 문헌과 보고서, 논문, 생물학 정보 빅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해내야 한다. 데이터가 이미 규모면에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많은 정보 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연결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정보통신기술과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제약바이오의 융합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신약탐색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수 년 밖에 안됐고, 인공지능의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등이 상당부분 만료되어 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성과를 낼 수 있으면 되고, 인공지능 기술기업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와 결합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 생태계의 중심에는 개방형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의 베네볼런트 AI는 얀센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3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난치성 질환에 신약 후보물질로 임상2상에 진입한 상태이고 아직 허가받은 신약이 없지만, 인공지능의 활용이 신약개발의 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시장에서의 기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다. 그 뒤를 이어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Recursion Pharmaceuticals는 약1,200억원, Atomwise는 약6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여 시장의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주요 제약사가 포함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을 출범하여 인공지능 신약개발 모델 수립을 위한 인공지능 시나리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넘볼 수 없던 벽이었던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지원센터를 출범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면서 개방형 혁신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모멘텀을 살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