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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세계수준 한국의료가 노벨의학상 배출 못하는 진짜 이유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회자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포함한 의료쪽 분야는 필자가 보기에 근본적 성찰이 없는 말의 잔치로만 보인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기가 되면 국내 언론과 의학계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자성 섞인 물음을 던지며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공허한 말을 필자까지 반복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화두로 꺼내든 이유는 대한의사협회 임원으로 몸담고 있고 불합리한 의료현장과 의료체계를 체감하고 있는 입장에서 구태의연한 말이나마 한 마디 더 보태고자 함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타스쿠 혼조 일본 교토대 의대 교수(76)가 제임스 P. 앨리슨(70)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공동 수상했다. 의과대학에 있는 이들이 온전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의사회는 이번 달에 개최된 일본의사회 71주년 기념행사 및 의사대회에서 그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그의 연구업적에 따라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가 연간 4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의과대학 본연의 기능과 목적을 순서대로 말하자면 교육-연구-진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부속 의료기관은 애초의 설립 목적보다 더 중요해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고, 이는 회원국 평균(7.4)2.3배나 된다. 진료가 의과대학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아울러 총 병원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2병상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였고, MRI(자기공명영상)CT(컴퓨터단층촬영기) 등 첨단의료기기 보유대수도 OECD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이러다보니 1차 의료기관에서도 치료 가능한 경증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리게 되고, 정작 중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받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고질적인 저수가. 저수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임상진료에만 몰두하여 병원적자를 해결하는 일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영역인 생명과학을 꽃피울 수 있는 의학의 발전이 기초의학 연구와 교육에서 시작하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서 교육과 연구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환자가 그렇게 많은데 병원이 적자라고?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에 있는 대학병원의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국립일산병원도 진료수익의 적자를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운영으로 메꾸고 있다.

 

오랜 시간 의료계는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저수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적정수가는 의사들의 수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좋은 진료환경 마련과 안전한 의료를 위한 재원인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의료를 대하는 인식의 전향적 개선과 함께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의료에 대한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보장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비급여를 없애기 위한 문케어에 수십조원씩 쏟아 부을 것이 아니다. AI, 인공지능, 4차산업혁명 등에 대비한 미래의학 발전의 필요성만 외칠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의과대학이 병원 적자 해소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대학 본연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질 높은 의사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인턴과 전공의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실시하며 임상에서든 기초의학교실에서든 의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기초의학이 발전하고 이를 토대로 한 신의료기술과 신약 개발이 이루어질 때 의료의 발전은 물론, 국민 건강이 지켜지고 미래의 먹거리까지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이다.

 

언젠가 대한의사협회도 창립 기념식에서 노벨상 수상 의학자를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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