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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14% 국고지원으로 문케어 시행? 국민 호주머니 터는 것과 유사

국고지원금을 전전년도 결산상 보험료 수입액의 '17%'로 개정해야

건강보험 누적흑자가 20조 원를 돌파한 상황에서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시행에 누적적립금 20조 원 중 10조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히자 적립금을 보장성 확대에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는 측과 고령화 진행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측이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매년 발생하는 이러한 공방들이 굉장히 소모적인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를 좌장으로 한 '성공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의 역할' 정책 토론회가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토론에 참석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유재길 부위원장(이하 유 부위원장)은 현 20조 7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재정 운영을 잘해서 생긴 게 아닌 빈곤층의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 곤란으로 병원을 가지 못해 생긴 흑자임을 강조했다.

유 부위원장은 "금년 7월 부과체계 개편이 단행되면서 연 소득 100만 원 이하 세대에 최저보험료 13,100원이 책정됐다. 13,100원 이하 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70만 세대이며 이들에게 한시적으로 경감 조치를 하고 있지만, 그 한시가 언제까지인지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부과체계 개편에서 1%가량의 지역가입자만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이 결국은 절대 빈곤층의 보험료 인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감받은 세대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경감 규정이 사라진다. 이러한 부분들이 보완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를 14% 정도의 국고지원으로 시행하는 것이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서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유 부위원장은 제108조(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의 대안으로 정부부담금 지원 기준을 전전년도 결산상 보험료 수입액의 17% 지원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10인 미만 사업장 대상으로 건강보험에도 두루누리 지원사업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여 사무장병원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부위원장은 "매년 요양병원 환수결정액은 2조 8천억 원에 이른다. 요양병원은 2008년도 690개소에서 올해 1530개소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부당청구의 53%를 요양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이를 공단에서 적발해 환수 결정을 내려도 7%밖에 징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면서, "전국 지사에 약 4백 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대거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불법개설을 완전 색출하고, 자진 퇴출이 가능할 정도로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맥락에서 요양기관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 기금화와 관련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유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재정 기금화는 실익이 불분명하지만, 당사자 자율 자치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그렇지만 공단에 대한 투명성 확보 문제는 제기돼야 한다. 기금화는 반대하지만, 공단의 투명성 확보 면에서 거버넌스 부분은 개혁돼야 한다."라고 했다.

참여연대 정형준 실행위원(이하 정 위원)은 "시민단체에서는 그간 국고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약속을 안 지켰다. 약속을 안 지켜서 흑자가 났으니 문제가 없다는 게 기획재정부 입장이다."라면서,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이어서 내년도 기대지출에 맞춰 보험료를 결정한다. 그런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보험료를 결정해 많이 걷고 다 쓰지 못했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국민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 구조임을 방증하는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보험급여는 현물급여와 현금급여로 구분한다. 현물급여는 요양기관으로부터 본인이 직접 제공받는 의료서비스이며, 현금급여는 가입자 신청에 따라 공단이 현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이다. 

정 위원은 "사회보험을 실시하는 해외의 경우 건강보험이 소득을 보전해준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아픈 사람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병원에 입원해도 소득을 보전해주지 않으며, 전부 건강보험 서비스로만 가는 현물급여 시스템이다. 현물급여 시스템에서 이렇게 막대한 돈을 쌓아놓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물급여만 할 거라면 1개월 수준의 적립금만 유지하면 된다고 했다.

정 위원은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막대한 양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히, 문재인 케어를 하면서 비급여를 어느 정도 통제한다면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흑자를 보장성 강화에 풀어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노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데, 보험료로 걷을 수 있는 돈이 어디까지일지 의문이다. 법정으로 걷을 수 있는 보험료율은 상한 8%로, 현재 보험료율 증가를 국고지원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파탄이 난다."라고 우려했다. 

OECD 기준에서 공공재원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의 보장성은 55% 정도라고 했다. 이를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30조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정 위원은 "하루빨리 현 정부가 법정으로 정해진 20%까지 금액을 납부해야한다. 5년마다 일몰되는 법안도 이제는 확실히 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이하 정 부회장)은 "고령화로 20조가량의 적립금이 그야말로 물거품처럼 순식간에 없어질 수도 있다. 지금 흑자가 쌓여있다고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건 위험하다."면서, "문재인 케어를 의사들이 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의약분업 때의 아픈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를 하다 보면 여러 재정 문제가 반드시 올 거고, 재정 문제가 왔을 때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되는 게 공급자이다. 이러한 아픈 기억 때문에 반대가 심하며, 그것이 또 반대의 빌미가 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고재정에 대해 꼭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 혹은 확실하게 20% 가까이 얻어내겠다는 절실함이 떨어지는 자세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정 부회장은 "20% 가까이 재정 확보가 이뤄진 후에 문재인 케어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예비급여가 현실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정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지금 같이 안일한 태도로 재정 문제를 들여다보면 향후 5년 내지 10년 후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모든 고통은 과거처럼 의료기관이 떠안게 될 것이다. 여기에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이하 정 과장)은 "보장성 강화 대책은 지난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그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서 중기보장성 대책을 냈다. 2009년에는 7조 이상, 2014년에는 24조를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재정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는 논의가 없었다."면서, "이번에 재정 계획까지 발표한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히 용기를 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재인 케어에 누적적립금을 일부 사용한다고 발표하자 인구 고령화, 보험료율 증가 등을 어떻게 감당할 지로 논의가 번졌다. 이렇다 보니 재정 문제가 굉장히 부각됐다. 금년에 누적적립금을 쓴다는 건 돌려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적자가 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금년부터 적자가 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런데 재정 문제가 부각되면서 걱정이 굉장히 많아지는 구조로 갔다."라고 언급했다. 

재정 문제가 부각된 상황이 진일보했다고 평했다. 정 과장은 "지출을 어떻게 할 건지, 급여를 어떻게 확대할 건지 얘기가 나오면 당연히 부담을 어떻게 할 건지 얘기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고, 이번에 보장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담에 대한 얘기도 끄집어 나오게 됐다. 이와 동시에 재정을 관리하는 거버넌스의 투명성 등이 다 같이 나오면서, 재정적 측면에서 구조를 개혁하는 동력이 됐고, 정부 입장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제대로 관리할 계기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과장은 "문재인 케어, 부과체계 개편 등으로 수입 · 지출 측면에서 변혁을 맞는 시기가 됐다. 수입 · 지출 변혁의 구조는 재정에 대한 접점으로 이어지고, 결국 재정의 혁신 문제로 연결돼 여러 쟁점이 엮여서 나온다."면서, "보험료 수입이 건강보험 재원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고지원은 14% 정도이다. 국고지원은 비율만 보면 훨씬 작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금년 건정심에서 보험료율을 3.49% 올렸다. 누적적립금이 20조 원 있는 상태에서 3.49%를 올린 건 굉장히 많은 부담을 한 거다. 즉, 국민이 3.49%의 보험료율을 부담하는 건 그만큼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며, 재정이 지속 가능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사안에 동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라고 말했다.
 
비율적으로는 크게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정 과장은 "7천억 원은 정부 재정여건상 적은 돈이 아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국민이 기대한 수준으로 예산 확보를 못 한 점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재정을 얘기하는 건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 매년 이렇게 계속되는 공방이 굉장히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위법성 논란까지 가져가면서 준비금을 쓰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문제 되는 부분이 해소된 가운데 진행됐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를 가져갈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토론에는 △복지재정연구센터 최성은 센터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부회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유재길 부위원장 △참여연대 정형준 실행위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승용 사회정책팀장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