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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위해 제도적 기능 강화해야"

김주경 박사, "의약품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 외부요인에 따른 불안전성 높아"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나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부가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 활용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환자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이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보건학 박사는 최근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1500호에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특허권 보호가 강화되는 등 공급자인 제약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에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제약사의 입장ㆍ사정이 변경되거나 해외에서 감염병이 유행하는 등 외부 요인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로는 2008년 로슈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푸제온(엔푸버타이드)'을 약가가 낮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공급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게르베코리아가 낮은 약가, 물량 부족을 이유로 경동맥화학색전술 조영제인 '리피오돌'의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식약처와 복지부에 약가 인상을 요구해 지난 7월 협상을 통해 1개당 5만 2,560원이던 약가 상한금액을 19만 원 선까지 인상하며 협상이 타결된 바 있다.


이에 김주경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 현황ㆍ한계점 등을 살펴보고, 공급 차질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공제약사 설치에 대해 검토하고자 했다"고 연구 목적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사용 장려 비용 지급 및 원가 보전,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정부의 직접 공급, 생산ㆍ수입ㆍ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 지정제도,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및 관리제도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장방지의약품이란, 환자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채산성이 없어 제조업자·위탁제조판매업자·수입자가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서 생산 또는 수입 원가의 보전이 필요한 약제이다.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해서는 생산원가를 보전해주거나 사용 장려 비용을 지급하고, 의사가 이들 품목을 처방하면 약값의 10%를 추가로 제공한다.


또한 식약처는 산하기관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설치하여 희귀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사업,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기반 구축과 연구·개발 지원 및 안전사용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채산성이 낮거나 원료수급 애로 등의 문제로 국내 공급이 중단ㆍ불안정한 희귀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긴급 대응을 위하여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해당 업체에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별도 업체에 위탁해 의약품을 제조하거나 긴급 수입에 나서기도 하며, 2017년에는 162품목의 희귀의약품과 자가치료의약품 등을 직접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2018년도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지원사업 예산안은 12억 2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5억 8,200만 원이 늘어났으며, 공공적 위탁 제조를 통한 희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지원 예산은 2017년 1억 8,700만 원에서 2018년 6억 700만 원으로 4억 2,000만원이 늘었다(표 1).



한편, 생산ㆍ수입ㆍ공급 중단 보고대상 의약품(이하 ‘보고대상 의약품’)이란 제조ㆍ수입사가 생산ㆍ수입ㆍ공급을 중단할 경우 그 사유를 중단 60일 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완제 의약품을 가리킨다.


보고대상의약품에는 앞서 언급한 퇴장방지의약품 및 희귀의약품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공고하는 6개 유형의 완제의약품 등 8개 유형이 포함되며, 6개 유형의 완제의약품은 매년 전년도의 생산ㆍ수입 실적과 건강보험 청구실적 및 의약단체의 추천을 반영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선정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2016년 12월 '약사법'을 개정하여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하여 정의하고, 안정공급을 위한 행정적ㆍ재정적ㆍ기술적 지원 등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국가필수의약품으로 315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국가필수의약품은 9개 부처와 의사협회 등 전문단체와 협의를 거쳐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김주경 박사는 "퇴장방지의약품을 지정하여 처방의사에게 사용 장려비용을 지급하거나 약가 산정 시 생산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공급 안정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제약회사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환자가 안게 될 피해가 막심한데다가 생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현행 퇴장방지의약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앞선 게르베코리아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정부가 대체할 복제약의 개발 여부를 조사하고, 개발된 것이 있다면 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정부가 직접 수입하여 의약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이러한 ‘생산ㆍ수입ㆍ공급중단에 대한 보고’에 방점을 둔 대응 방식은 사후적인 것으로 직접 생산이라는 보다 적극적ㆍ사전적인 대책과는 차이가 있다"며,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박사는 인도네시아의 'Kimia Farma', 태국의 'GPO (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 등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 해소를 위해 국영 제약사를 설립ㆍ운영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들며, 그 설립 배경과 성과 등을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주로 중위소득국가로 국영제약사가 설립되던 당시 경제ㆍ사회 발전 수준이 낮고, 그에 따라 감염성 질환이 만연했으며, 감염성 질환 치료제 등 공중보건 목적의 필수의약품조차 자급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 제약 기반이 취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대부분의 의약품 조달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입의약품의 가격은 구매가능 수준을 벗어났고, 의료보장체계마저 취약하여 국민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었다고 말하며,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 국영제약사를 통한 필수의약품의 생산, 공급은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경 박사는 "이들 국가들은 국영제약사가 설립된 지 이미 수십 년이 지났고, 국내 제약산업 기반도 발전하였지만 국영제약사는 여전히 필수의약품의 생산ㆍ공급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감소되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감염성 질환인 HIV/AIDS와 더불어 암, 심혈관계 질환 등 비감염성 질환 부담이 증가되고 있으며, 보편적 의료보장체계 및 HIV/AIDS 치료제를 중심으로 필수의약품에 대한 보편적(무상) 접근 정책을 도입하면서 필수의약품 확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원료 및 완제 의약품 직접 생산이나 위탁 생산, 수입 등으로 필수의약품의 자급자족을 달성하여 시장 상황에 따라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공공제약사 설립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7월 4일 권미혁 의원 대표발의 하에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김주경 박사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며, "막대한 국가재정을 제약사 설립에 투입하여 직접 생산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면 가뜩이나 경쟁력이 낮은 국내 제약산업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민간기업의 생산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김주경 박사는 "의약품 영역에서 정책 결정, 의약품 규제,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 의약품의 합리적 사용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가에 있다"고 말하며, "감염병 백신 비축, 공급 중단 위기에 있는 의약품 수입, 위탁 생산 지원 등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나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해 왔는데, 이러한 기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박사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환자단체ㆍ시민단체의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