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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영양군 경찰 살인, 조현병에 사회적 낙인 가중 말아야!"

치료 · 보살핌 부재로 조현병 공격성 발현

9일 낮 12시경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중증의 정신질환자가 자기 집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조현병학회(이하 학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본 사건으로 인해 조현병을 공격적 · 높은 범죄율로 포장하여 사회적 낙인을 가중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일부 조현병 환자의 살인 · 폭력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환자 대부분은 행동이 온순하며, 일부의 환자에게만 급성기에 공격성이 나타난다. 범죄와 연관되는 폭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수도 일반 인구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면서, "조현병 환자의 폭력적 행동은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난다. 즉, 치료 · 보살핌이 공격성 예방의 핵심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시행된 개정 정신보건복지법으로 인해 그나마 최저한의 치료 · 보살핌을 제공했던 정신의료기관의 기능이 상당수 제한되고 있다고 했다.

학회는 "개정법은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퇴원을 촉진하여 중증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마저 요건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는 타해 위험성의 감소에만 방점이 맞춰져 있어, 조기 퇴원으로 병식 부재의 악순환과 퇴원 이후 치료가 연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우려했다.

현 법안은 치료를 개인 · 가족 ·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는 구조로, 국가가 짊어져야 할 필요한 책임이 빠져 있다고 했다.

학회는 "외래치료명령제라는 법 조항이 있으나 강제성 · 보완책이 전무해 거의 시행된 예가 없다. 퇴원 이후 치료 유지가 어려운 환자도 본인 동의가 없으면 정신보건 유관기관 연계가 불가능하다."면서, "정신의료기관의 제한된 입원 및 입원 유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살핌 · 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및 인프라 확충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한조현병학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7월 9일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인하여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조현병학회도 순직한 경찰관에게 진심 어린 명복을 빌며, 피해자 가족께도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훈련받고 무장한 경찰관마저 중증의 정신질환자에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기에 본 학회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가해 행동이 조현병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현병 진단 하에 입원한 병력이 있고, 과거에 병적 상태로 추정되는 시점에서 살인을 저지른 경력이 있으며, 최근 정신병원을 퇴원한 후에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본 학회는 일련의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 및 폭력 사건 연루와, 이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해 조현병 환우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되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우려를 표합니다. 조현병의 증상 중에는 환청과 망상,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행동은 온순하며, 일부의 환자에서만 급성기에 공격성이 나타납니다. 범죄와 연관되는 폭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 수도 일반 인구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폭력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에 의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조현병에서의 폭력적 행동은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며, 이외에도 알코올이나 마약의 남용, 무직상태, 폭력 피해의 경험, 주변에서의 폭력 사건들에 노출되는 경우 등이 위험요인입니다. 그러므로 '치료와 보살핌'이 공격성 예방의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치료와 보살핌'의 시스템이 잘 적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 환경에서 최근까지 그나마 최저한의 치료와 보살핌을 제공하던 곳이 정신의료기관이었으나, 2017년 5월 시행된 개정 정신보건복지법으로 인하여 '보살핌'과 '치료'가 상당히 제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법은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퇴원을 촉진함으로써 중증 정신질환자들에게도 인권을 보장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하여 진료실과 지역사회의 현장에서는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마저 요건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는 타해 위험성의 감소에만 방점이 맞추어져 있어, 조기 퇴원으로 병식 부재의 악순환과 퇴원 이후 치료가 연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의료기관의 제한된 입원과 입원유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가 우선 갖추어져야 합니다. 외래치료명령제라는 법조항이 있으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성과 보완책이 전무하여 거의 시행된 예가 없습니다. 퇴원 이후 치료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게도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지역사회의 정신보건 유관기관으로의 연계도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법안은 '치료'를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로, 즉 국가가 짊어져야할 필요한 책임이 빠져 있습니다.
 
질환의 특성상 젊은 시기에 발병하여 만성화되면 평생에 걸쳐 질환에 압도되어 살아가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만 전가할 수 없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늙은 노모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중년 자제의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진료실에서 한숨을 쉬고 돌아가는 현장을 자주 목격합니다. 전국에 많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귀시설, 주거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조현병 환우들을 위한 지역사회와 국가의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와 복지를 위해서는 현저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 예방, 재난 정신건강, 정신건강전달체계 개선, 치매 등 4가지가 포함되어 있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치료'와 '보살핌'이 어우러진 국가적 노력만이 이분들을 안전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아프지 않은 이들과 어울려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보살핌과 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