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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부가 가진 방패는 매번 약가인상, 부끄러워해야”

권혜영 교수, ‘리피오돌’ 사태 빌어 발전 없는 정부 대응 비판

최근 발생한 리피오돌 공급 중단 사태를 계기로 매번 ‘약가 인상’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향후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적 생산 및 공급을 통한 체계화된 정부의 선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3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리피오돌 사태를 통해서 본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방안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리피오돌 사태 해결 방안 모색과 함께 국민의 건강권 강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진행했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경동맥화학색전술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물질로,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의약품이다.


현재 5만 2,560원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가 현재 약값의 5배인 26만 5천 원으로 약가를 인상해달라며 수입을 중단해 전국에서 재고가 다 소진된 상태로, 마땅한 대체의약품도 없어 일부 간암 수술이 지연되는 등 환자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다.


한편, 리피오돌 사태가 벌어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공공제약사 설립 이슈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오며, 필수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 보장 방안 모색의 중요성 또한 함께 부각되고 있다.


이날 '리피오돌을 통해서 본 국내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문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강아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부장은 현재 정부가 유일한 협상 방안으로 진행 중인 ‘약가 인상’에 대해 비판하며, “높은 약가의 보장이 실질적으로 약제 공급의 안정성을 확실하게 담보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강아라 정책부장은 약가 책정의 일반적 근거들을 리피오돌에 대입해 가며, 제조사인 게르베코리아가 주장하는 약가 인상에 대한 비합리성을 주장했다.


우선 리피오돌은 개발된 지 오래된 제품으로 연구개발비의 회수라는 명목에 부합하지 않으며,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이미 각종 혜택을 받을 만큼 받았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최근 간암 발생률 증가로 수요가 증가해 원료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과연 높은 가격이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이 근거로 전 세계에서 최고가의 약가를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리피오돌은 약 100만 원 수준의 약가를 보장 받고 있지만, 이 미국에서조차 리피오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아라 정책부장은 “정부는 A7 국가들의 평균 약가를 언급하며 리피오돌 약가 인상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과연 A7 약가가 정말 적정한 가격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약가에는 리베이트 관련 비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강아라 정책부장은 “현재 한국은 엄청난 예산을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쓰고 있다”며,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공 재원이라면 공공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필수의약품 안전 수급을 체계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정책부장은 “정부는 이번만 넘어가면 된다라는 식의 당면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할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선재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약품 공급 체계 방안'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 권혜영 목원대학교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리피오돌 사태는 공공제약사 설립 취지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하며,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국가가 선재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혜영 교수는 “이번 리피오돌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가 가진 방패는 오로지 ‘약가 인상’뿐”이라고 지적하며, 매번 반복되는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에 ‘약가 인상’만을 해결방안으로 사용하는 정부에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권 교수는 “범국가적으로 단일가격 전략을 구사하는 글로벌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하며, “국가마다 감당 가능한 약가가 다르며, 제약사 또한 이에 맞는 약가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약가를 협상할 때 제약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게 아니라, 실제 약가의 원가를 유추할 수 있는 사례들을 모으고 취합해 제약사와 협상 시 공공의 이익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공급독점적 지위를 지닌 의약품의 공급 거부에 대해서 정부의 근본적인 대응책이 미비하다며, 병행수입이나, 강제실시 등 독점적 지위를 깰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채산성이 낮은 의약품의 생산 중단은 공공제약사의 설립을 통한 직접 생산 등 대안적 공급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으로 ▲정보체계 구축을 통한 선제적 전략수립 부재, ▲의약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다양한 가능성과 해결방안 모색 부재, ▲의약품 공급자의 책무 미부여, ▲전문가의 활용 부재, ▲공급거부·중단·부족으로 인한 예방가능한 환자의 피해 간과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전략적 접근 부재를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국가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공공제약 컨트롤타워 운영을 제안했다.


공공제약 컨트롤타워를 통해 현재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의약품의 통합적 관리와 공공관리의약품의 상시적 모니터링 및 공급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행조직인 (가칭)공공관리의약품센터를 운영함으로써 ▲공공관리의약품의 목록을 관리하고, ▲생산∙유통∙소비 과정의 정보관리, ▲R&D 기획 및 공급 중단 시 대안적인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수행, ▲유통 및 소비단계에서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전략 마련, ▲공공관리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R&D 지원 전략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권혜영 교수는 마지막으로 리피오돌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약가협상이 결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이번에도 약가 인상을 통해 현 사태를 모면할 것이라는 것.


권 교수는 “하지만 중요한 건 이후 또다시 발생할 공급 중단 사태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라며, 정부가 필수의약품의 공공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재발 방지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는 “현재 리피오돌 가격은 52,560으로 환자 부담은 2,628원이며, 게르베 주장대로 약가를 인정해줘도 환자 부담은 13,140원 수준으로 이번 리피오돌 사태에서 환자에게 약가 이슈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작 암 환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정책적인 싸움으로 환자들 치료에 공백을 유발한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정부측 입장으로 참석한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정부는 현재 가격 협상이 가장 빠른 해결 방안이라는 전제 하에 협상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약가 인상이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냐는 문제제기와 ▲리피오돌 유통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남아있는 재고를 파악하는 과정에 있어 미흡했던 정부에 대한 뼈아픈 지적, ▲향후 선제적인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이어 정현철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리피오돌 사태에서 1차 방어선이 보건복지부라면 2차 방어선은 식약처”라고 답하며, “만일 1차적 가격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긴급도입’을 진행할 계획으로 이미 구입 국가 탐색 및 제네릭 여부 등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리피오돌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에 대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위탁제조를 생각해봤지만 원료의 구매처가 현재 게르베와 게르베 자회사 2개뿐으로 원료 수급이 어려워, 원료를 구매할 수 있는 다른 구매처가 있는지 탐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현철 사무관은 “또한 민간제조사가 리피오돌 제네릭 개발 신청을 한다면 신속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지원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진행된 토론회는 최상은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정현철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 배승진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김선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