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 주사제 무균조제 지침으로 환자 안전 기여

"주사제 투여받는 환자의 안전지킴이로서 역할 수행"

위해 약물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병원약사회가 16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8 춘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본 간담회에는 이은숙 회장을 비롯해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박애령 UM,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배혜정 파트장,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조윤희 소아조제과장, 손현아 사무국장, 손은선 부회장, 홍보신이 학술부회장, 김정태 대외협력이사, 남궁형욱 기획이사, 강진숙 이사, 한옥연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이은숙 회장은 "복지부, 심평원 등에서 요즘처럼 병원 약사들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두고 의견을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 병원약사 업무가 그간 너무도 숨겨져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병원 약사 역할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됐다."면서, "이번 기회에 주사제 안전 사용 관리를 통해 약사들이 병원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릴 수 있게 됐다. 본 자리를 통해 실제적인 업무 내용과 평가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정부 기관 등이 확실히 인지할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 2에서 국제기준에 따른 안전한 무균주사조제'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박애령 UM는 "병원 약제부서에서 이뤄지는 주사제 무균조제 대부분은 항암제와 같은 Hazard Drug(HD) 등 위해 약물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위해 약물의 무균조제는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질 경우 조제자, 약제를 투여받는 환자, 병원 내 종사자, 병원 환경 등을 오염시켜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안전한 핸들링을 위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각 병원만의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업무 수행 표준 절차)를 수립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 내용과 관련하여 박 UM은 "위해약물 핸들링에 대한 국제 공인 지침인 USP(미국 약전) 800과 ISOPP(국제 종양약학 전문가 학회) 기준을 소개한다. 특히, USP 800은 기존의 주사제 무균조제 챕터인 USP 797을 기반으로 하여 위해 약물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한 취급 과정을 다룬 뉴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약사를 포함한 병원 종사자 ·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으며, 본 강의를 통해 국제 기준에 대한 이해 및 각 병원 업무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각 의료기관의 주사제 무균조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국제 가이드라인 등을 토대로 각 병원의 실정에 맞게 수립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주사제 무균조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된다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회에서 위해 약물을 포함한 주사제 무균조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진행 중인데, 지침을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일이므로, 가능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관여해 우리나라 병원 약제업무 실정에 맞는 최상의 무균조제 지침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병원 약사들이 주사제를 투여받는 환자의 안전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UM은 "지침에는 위해 약물에 대한 인식, 업무 지침 수립, 시설 설비 기준 등이 필요하며, 이를 잘 수행 ·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학술대회 발제자로 나선 배혜정 파트장이 '주사제 사용과 관련된 감염관리 개선 방안 및 병원약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배 파트장은 "최근 국내에서 주사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이는 약제를 적절하게 보관하지 못하고 여러 환자에게 투여해 발생한 사고였다. 이러한 감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발제에서는 주사제 투여 및 주사조제와 관련한 국내 · 외 여러 가이드라인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가이드라인 준수와 관련된 문제를 다뤘다. 또, 감염관리 개선방안과 병원 약사 역할에 대해 고찰하고, 감염 관리의 실제에 대해 병원 사례 중심으로 소개했다."고 했다.

감염 관리 개선을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무균조제 업무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 파트장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환경 · 시설 · 장비 관리가 필요하고, 실무자에 대한 훈련 ·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리더십도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국내 · 외 가이드라인을 참고로 하되 이를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병원 약사 역할은 무균조제 업무의 질 관리를 하고, 의사 · 간호사에게 주사제 안전사용을 위한 정보를 제공 · 교육하며, 의약품을 적절하게 보관하고 안전한 투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주사제 사용에 약사의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좀 더 범위를 확대해 의료질평가지표로서 항생제 · 주사제 처방률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고, 중환자실 팀의료, 감염약료 약사 등을 통해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배 파트장은 "안전한 주사제 사용을 위해서는 병원약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스템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더 나아가서 인력 · 수가 측면에서 정책적 ·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며, 의료기관의 재정 지원과 제약회사의 협조가 있을 때 주사제 사용과 관련한 감염 관리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국내 지침과 관련하여 박 UM은 "국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커버하는 지침이 없다. 식약처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데, 이는 굉장히 협소한 지침이다. 국제 지침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이 이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는 우리말로 된 지침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번역만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침을 만들 때 각 나라의 좋은 지침들을 끌어모아서 수정하여 가장 최적의 지침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병원 안전사고가 지침을 만들게 된 원인인지를 묻자 박 UM은 "병원 안전사고가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병원 대부분이 항암제 무균주사 조제와 더불어 감염관리도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라고 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수가가 책정이 안 되면 소용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손현아 사무국장은 "수가가 없다고 안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운영 중인 병원과 앞으로 시작할 병원에 본회가 지침을 제시하는 차원이다."라면서, "지난해 본회에서 표준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216개 항목에 대해 직무 분석을 했다. 이제 주사제 무균 조제도 심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표준화된 약사 업무를 이뤄 궁극적으로는 환자 안전에 기여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수가 요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안 되면 병원 측에서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 박 UM은 "시설 투자는 지금도 없지 않다. 대형병원이나 항암제 조제를 하는 병원 대부분은 안전 인식도 있고, 인증평가도 받아야 하므로 무균조제 시설을 갖추고 있다."라면서, "USP 797이나 800의 타이트한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굉장한 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그 정도 수준의 시설은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손 사무국장은 "정부가 주사제 무균 조제와 관련하여 본회에 여러 자료 요청을 했고, 그에 대한 수가 검토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준 · 장비 · 시설 등을 우리가 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함께 진행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손은선 부회장은 "현재는 무균조제 행위에 대해서만 수가가 책정돼 있고, 무균조제대를 만드는 환경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게 없다. 이에 대해 이번에 리뷰하면서 기본적인 시설의 필요성과 이에 동반한 행위 및 복장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며, 그런 것들에 대한 지침도 함께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침 완성은 시간이 필요하며, 초안은 이번 달 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조윤희 소아조제과장은 "지침은 표준화 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다. 대형 병원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생각보다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우리는 환자 안전이 핵심 목표라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소아조제과장은 "일본, 미국에 가서 보니 우리가 많이 늦지 않았다. 미국도 조금 더 안전하게 하려는 상황이고, 우리도 그에 맞춰서 따라가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초안은 이번 달 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 다른 병원 약사 · 병원까지 고려해서 만들 계획이다."라고 했다.

병원약사 인력 수가 반영과 관련하여 손 부회장은 "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노력하지만, 번번이 제외되고 있다. 이번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 질 향상 시 평가 항목에 약사 수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번에도 실패했다. 이런 것들이 아직은 일반적인 동의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우리 역할이 환자 안전에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 부회장은 "수가가 없어도 여태까지 한 것이 많다. 또, 주사제 관련한 것들이 원가에 많이 못 미치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 활동에 대해 적은 금액이지만 수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수가를 만들 때 미숙한 점이 분명 존재한다. 수가가 만들어진 후 우리가 노력하여 수가를 키우는 것은 다음 문제이다."라면서, "병원 약사 행위가 수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 가지고 노력해줬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