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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진료하는 의료인을 위한 10대 지침은?

통일보건의료학회 · 남북하나재단, 공동춘계학술대회서 발표

북한이탈주민은 증상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기 때문에 진료 시 지속 관리의 중요성 및 합병증에 대해 강조해야 한다는 지침이 마련됐다.

통일보건의료학회 · 남북하나재단 공동 주최로 15일 오후 1시 30분 연세암병원 지하 3층 서암강당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먼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가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읍시다 ▲올바른 건강습관을 유지합시다 ▲몸이 아픈 것은 삶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병이 없어도 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이끌어 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같은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치료 결과를 이끕니다 ▲증상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됩니다 ▲의료 이용 정보에 대해서 확인해 보세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질병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암 검진과 관련해 대장암을 제외하고 북한 주민의 검진율이 남한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북한 이탈주민 대상으로 건강검진에 대한 거부감,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조기 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면서, "단백질, 채소,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이틀에 한번은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 또, 과도한 술 · 담배는 건강을 크게 해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몸이 아플 때 마음 · 환경을 함께 생각하고, 진료실에서 이를 얘기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정신적 · 신체적 증상이 지나친 시집살이와 남편의 폭력 · 외도로 인한 가정불화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면서, "마음을 잘 치료받으면 신체 증상도 좋아질 수 있다. 자기가 느끼는 증상 위주로 병을 판단하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진에게 병 · 증상을 얘기할 때는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만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의 경우 증상을 강하게 호소하여 환자 역할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자가 치료를 선호하고 장마당에서 약을 구하거나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자가진단능력과 북한 체류 당시 신념 체계를 신뢰하는 경향도 있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은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하고, "치료 효과는 꾸준히 치료를 받은 후에 나타난다. 조급해하지 말고 의료진의 치료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약을 먹고 바로 효과가 없다고 마음대로 약 용량을 늘리거나 약을 바꾸면 병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약은 의사가 지시한 처방 내용 그대로만 먹어야 한다. 잘 모르는 약을 먹거나 약을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위험하다."라면서, "나에게 맞는 의료기관 이용 및 지원 혜택에 대해 하나센터와 종합복지관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박상민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북한 이탈 주민의 특징으로 박 교수는 ▲증상을 강하게 호소하고 환자 역할을 계속하려는 경향이 있고 ▲약물 남용 ▲고려의학(한의학) · 효과 빠른 치료 선호 ▲금연 · 절주 실천 및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부족 ▲만성질환 · 합병증에 대한 이해 부족 ▲만성질환 관리 능력 취약 등을 거론했다.

박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들은 경과에 따른 자연적인 치유를 기다리지 못하고, 빠른 치료를 원한다.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바로 증량하거나 다음 처방 시간 전에 스스로 추가 복용한다. 안전성보다 효과의 신속성 · 강력함을 중시한다."면서, "고려의학의 위상이 높으며, 뜸, 부항 같은 효과가 빠른 치료를 선호한다. 또한, 증상 위주로 건강을 인식하기 때문에 무증상 질환을 질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증상과 질환을 혼동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본인의 질병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고, 예방 ·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이 저하돼 있다. 또한, 과체중 · 당뇨병 · 생활습관병과 관련한 건강 정보 이해도가 부족하다. 과체중인 대상자 중 본인 체형이 보통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영양성분표 해석 및 약물 복약 관련 건강정보 이해도 부족하다."면서, "북한 주민은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남한에 와서야 스트레스나 심리적 이유로 질환이 생긴다는 개념을 접한다. 불안 · 우울 증상을 신체 증상으로 생각하는 신체화 경향도 나타난다."라고 했다.

보건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북한이탈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합니다 ▲신체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증승 호소 표현을 잘 이해해 주세요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P/E)를 해 주세요 ▲의사 · 환자 사이 신뢰관계가 치료 과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자세한 행동지침을 주세요 ▲약의 효능과 효과발현 시점 등을 환자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약물 오남용 및 과용 위험성을 설명해 주세요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 주세요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 교수는 "증상이 없으면 병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지속 관리의 중요성 및 합병증을 강조해야 한다. 또, 내면의 아픔으로 인해 신체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면서, "신체 증상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 내 갈등, 사회문화적 고립감 등 다양한 환경적 · 심리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또, 남북한 용어나 억양 차이로 인해 다소 낯설거나 과장되게 들릴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구체적 설명을 요청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친절하고 천천히 문진하고, 환자 말을 경청해야 하며,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 환자와의 좋은 신뢰관계 형성을 배려해야 한다."면서,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특히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약물의 경우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약의 효과 · 용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약물의 잘못된 사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 자격과 의료비 지원 혜택에 대해 환자가 확인할 수 있게 권유할 것을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 박 교수는 ▲약물 오남용 및 민간요법 남용 예방 ▲증상 위주 건강 · 질병을 판단하지 않도록 교육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 회복 · 접근성 향상 ▲북한 주민의 질병관 · 질병 행태에 대한 심층 연구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