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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북한이탈주민 · 의료인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개발돼

북한민들이 어떻게 병원을 이용 · 질병 관리하는지 중점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침과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지침이 발표되면서,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남북한 소통 ·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보건의료 현장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상호이해와 소통' 주제로 열린 통일보건의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뤄지는 북한이탈주민 · 남북한보건의료인을 위한 진료실 가이드라인 발표와 관련하여 통일보건의료학회(이하 학회)가 낮 12시 30분 연세의대 본관 1층 의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전우택 이사장(연세대 의대)은 인사말에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을 못 했다. 남북이 함께 포옹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논의할 시기가 됐다는 게 놀랍다."면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남북한 사람들이 공동운명체이자 일원으로서 삶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영역이 보건의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하나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본 춘계학술대회가 더욱 뜻깊다."라고 말했다.

김신곤 학술이사(고려대 의대)는 "본 대회의 주제는 '보건의료 현장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상호 이해와 소통'이다. 향후 한반도 내 상호 교류와 협력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70년 이상의 분단으로 남북 간 문화, 사상, 의식 등이 굉장히 달라졌다. 다행히 우리가 미리 연습게임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이다. 보건의료영역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소통 · 협력을 연습하면 본 게임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본 대회에서는 ▲남북하나재단 고경빈 이사장이 '남북한 화해협력 정책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극복'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다. '왜 상호 이해와 소통이 어려운가' 주제로 진행되는 1부에서는 ▲민하주 북한이탈주민 간호사가 '북한이탈주민의 병원 이용경험'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전문의가 '보건의료인의 북한이탈주민 진료경험' ▲성균관 의대 김석주 교수가 '남북한의 질병관과 질병 행태의 차이 이해하기' 주제로 강의한다.

이어서 ▲연세간호대 추상희 교수가 '새터민 간호사가 경험한 남한의 간호교육과정' ▲동남보건대 김희숙 교수가 '북한 이탈 간호대학생의 자아조중감과 우울과 스트레스와 문화적응 스트레스 및 대학생활 경험 분석' 주제로 연구보고를 발표한다.

'좋은 소통을 위한 제안' 주제로 진행되는 2부에서는 ▲서울의료원 이혜원 전문의가 '10대 가이드라인, 이런 절차로 만들었다!' ▲명지병원 신현영 전문의가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서울대의대 박상민 교수가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주제로 강연한다.

10대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했던 이혜원 대외협력이사(서울의료원)는 "북한 보건의료 특징과 더불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병원을 이용하고 질병을 관리하는지,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에 중점을 둬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면서, "국내 북한 및 통일 보건의료 관련 문헌을 검색했다. 그중 가장 관련 있는 문헌 18개를 모아서 주제를 선정했고, 의료기관 방문 전 · 진료실 · 진료 이후 질병 관리 및 치료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문헌고찰 결과 ▲의료기관 방문 전 영향 요인을 문화 이해(질병관), 시스템 특성(정보 부족) ▲진료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문화 이해(질병관, 증상표현), 소통 차이(의사 · 환자 관계, 동의학의 영향) ▲진료 이후 치료 및 관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문화 이해(질병 행태)로 구분했다.

이 대외협력이사는 "공통 영역을 찾아 정보, 증상, 문화, 약 등 중요한 4개 주제를 선정하여 주제별 다뤄야 할 소주제 10개로 분류했다. 그 소주제에 따라서 10개의 지침서가 마련됐고, 탈북민과 보건의료인 대상으로 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남북한 보건의료 차이를 묻는 질의에 이 대외협력이사는 "북한 보건의료의 큰 특징은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제, 의사담당구역제(호담당의사)이다. 일반적으로 호담당의사 한 명이 120~130가구를 담당한다. 일종의 주치의 제도로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 "호담당의사는 담당 가구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며, 질병을 스크리닝하고 상담을 자유롭게 진행한다. 이후에 실질적인 진찰 · 검사가 필요하면 2차병원급인 인민병원으로 가게 되는데, 인민병원에서도 진단 장비가 많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외협력이사는 "또, 진료 시 고려의학(한의학)이 함께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 검사 장비가 발달해 있어 검사를 통한 진단 방법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면서, "서울의료원에서 북한이탈주민 진료를 보고 있는데, 이들이 진료실을 찾아오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또, 진료실 내 사용되는 언어 · 의학용어가 상당히 다르다."라고 했다.

증상이 특별히 없으면 굳이 치료 안 해도 된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현 북한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보건의료 시스템이 상당히 붕괴됐다. 병원 가서 진단 · 처방받는 일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 또, 약을 의사에게 직접 처방받지 않고,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한다. 즉, 장마당 의학이 따로 존재한다. 약 복용도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가 남한에 오게 되면 병원 지시가 아닌 본인 판단으로 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진다. 약 복용 후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데, 효과가 없으면 약을 바꾸거나 과용량으로 바꿔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본 가이드라인은 많은 탈북자 · 보건의료인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북한이탈주민뿐만 아니라 남북교류에서도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지침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후속 작업과 관련하여 김 학술이사는 "남북하나재단과 합의한 사안은 10대 가이드라인 해설서 마련이다. 단순히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좋은 얘기구나'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왜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해설서가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사례제시와 용어 이해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제없다'는 표현을 북한에서는 '일 없다'라고 한다. 이를 이해 못 하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진료 현장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진료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을 후속 작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전 이사장은 "탈북자가 남한 의료기관 방문을 두려워한다. 우리도 외국에 나가서 병원을 방문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에 탈북자 출신의 도우미를 배치하여 탈북자가 남한 의료인에게 하는 말을 중간에서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에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새조위)을 검색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비 지원 정보는 지침서에 넣기는 어렵고 매뉴얼에 추가로 넣을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 의료이용 데이터 활용과 관련하여 김 학술이사는 "북한 이탈 주민 코호트는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추적까지 해서 1,400명 정도 된다. 적지 않은 데이터가 모인 상태며, 7편의 논문이 출간돼 있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북한 이탈 주민의 의료비 지출 흐름 · 내용 · 질병 내역 등의 자료는 향후 북한 주민 지원 시 중요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와 관련한 토의 ·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 이사장은 "남한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것은 3만 2천 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들어와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북한을 버리고 남한에 들어와서 목숨을 걸고 자기 삶을 선택한 이들이 실은 향후 남북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면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탈북자를 만날 기회가 많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언론에 노출이 잘 안 되며, 어쩌다가 문제가 발생해 부각되면 마치 탈북자 전체가 그러하듯이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때가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건강히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충분히 관심 · 배려 ·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남북한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보건의료 영역도 교류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 교류는 관심 있는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북한의 특정 기관 · 지역과 자매결연을 하고 약품, 기자재 등을 갖다 주는 형태였다. 또, 북한을 방문하여 지식을 가르쳐주고 돌아오는 단발성 · 국소적인 형태를 띠었다. 향후 남북한 관계는 이 같은 양상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당시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물자가 부족하여 당장 뭐라도 들어오는 편이 좋은 형편이었다. 지금의 북한은 그보다 훨씬 더 체계적 · 국가적 단위의 큰 프로젝트를 통해 보건의료 영역을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남북교류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높은 레벨의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한의학 선호도와 관련해 전 이사장은 "고려의학이 북한에서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향후 남한 한의학과 북한 고려의학 부문에서 대단히 많은 학문적 교류를 예상한다. 그런데 우리 학회가 이제 만들어진 지 겨우 5년이 돼가고 있어서 학회 내 한의 파트가 들어와 있지 않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준비를 이루면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창립 4주년을 맞이해 이사회 및 총회를 개최하여, 의학, 치학, 약학, 간호학 등 보건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이사회 체계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