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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가협상 後 의협 방상혁 "또 속았구나 싶었다"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의료 환경 조성해야

5월 31일 2019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하 수가협상)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수가협상단은 공단이 제시한 2.7%의 최종 제시안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을 결렬했다. 협상 결렬 후 의협 수가협상단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국민 생명권 · 건강권을 구걸하는 협상같지도 않은 협상"이라고 짧게 언급하며 울듯 말듯한 표정으로 빠르게 협상장을 빠져나갔다. / 한편, 6월 5일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다시 마주한 방 상근부회장은 피곤기가 짙게 묻어 나는 얼굴로 다소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손바닥만한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일인용 침대가, 직사각형의 탁자 위에는 각종 서류와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를 두고 방 상근부회장은 근엄한 집무실이 아닌 '전공의실을 방불케 하는 방'이라고 비유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방 상근부회장은 금번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속사정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며, 정부 상대의 투쟁 · 의료 개혁 의지를 불태웠다. 이를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주]



◆ 수가협상에서 7.5% 인상안을 제시했다.

의료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은 정부 기관의 연구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런 근거 속에서 수가 정상화를 위해 향후 4년간 30%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7.5%를 제시한 것이다.

수가는 복리로 적용되기 때문에 30%에 맞춰서 정확히 계산하면 6.78%가 된다. 만성질환자 · 노인환자 증가 등 의료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복리 효과가 상쇄되므로 단순 분할된 수치인 7.5%를 제시했다.

◆ 최종 협상에서 2.7%로 결렬됐다. 페널티를 예상하는데, 협회 차원의 대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3~4년 전부터 타결 시 수가제시안과 수가 협상 결렬 시 수가제시안 간 차등을 뒀다. 즉, 이번처럼 타결 시 2.8%, 결렬 시 2.7%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공단 협상 방식이 투명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협상의 효율성 차원으로 그동안 묵인해 왔다. 그런데 이미 수치가 내려간 상황에서 또 다른 이유로 건정심에서 페널티를 적용한다면, 건정심 구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 최종 협상에서 '2.7%에 도장을 찍든지 말든지'라고 발언한 게 문제가 됐다.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현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신뢰를 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가협상에 임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2.7%였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2.8%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

즉, 대통령, 보건복지부 장관, 공단 이사장 발언이 단순히 빈말이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적정수가는 고사하고, 우리가 제시한 7.5%안에 대해 전혀 배려가 없었다. 우리 주장에 대해 귀를 닫았고, 약속 실행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수치를 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일말의 기대를 하고 4만 개원가를 대표해 협상장에 나갔는데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 자체를 놓고 문제 삼는 것은 넌센스이다. '도장을 찍든지 말든지'와 '결과를 받아들일지 말지'의 의미는 같은 거다.

◆ 의료 수가의 원가 계산을 다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원가보전율을 높이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국민 건강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이며, 건강보험료 문제는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의협은 저부담 · 저급여 · 저수가 등 우리나라의 3저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수없이 주장해 왔다. 이 중 저부담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 인식 변화가 관건이다. 정부에서 먼저 국민을 설득 · 홍보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보험료 인상은 결국 요원한 일이 돼버린다. 

◆ 국민 건강권, 수가협상 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말이 나온다.

재차 말하지만, 건강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의협에서는 이 기본권을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의료전문가 단체 의협이 건강권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식 자체가 의아할 따름이다.

◆ 6월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의정협상 · 환자 대행청구 중단, 총파업을 선언했다. 너무 극단적인 게 아닌지?

현 정부가 국민 건강권 · 생명권과 의료계를 무시하고 있다. 마치 '싸울 테면 싸워봐라' 식이다. 진료를 업으로 삼고, 환자 생명을 살리는 게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여기는 의사들을 이런 방법론까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주체는 정부이다. 

비유하자면, 죽도록 맞다가 방어 차원으로 주먹질을 하면 '왜 폭력을 쓰고 그래?'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진료실 문을 박차고 나와서 무언가 행동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안 들게 해줬으면 한다. 2000년도 의약분업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계속해서 의료계를 쥐어짜며, 쥐어짜다 못해 마른걸레에서 물을 빼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의료는 의사들이 행복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만 가능하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의사들을 힘들고 우울한 진료 환경에 방치하며, 의료를 억누르는 각종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환자를 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고 싶어도 정부는 이에 수반하는 제반 비용을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진료를 위해서는 환경부터 제대로 마련해줘야 한다. 

◆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에 하고 싶은 말은?

수가 인상은 의사 수입을 위한 게 아니다. 의료인 가족을 비롯하여 간호사 · 간호조무사 · 물리치료사 · 방사선사 · 임상병리사 등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인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생계의 기틀이 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국민에게 좀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돈이다. 

가입자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의사들이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가입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 의사이다. 우리가 제대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 및 가입자들 몫이다.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

◆ 협상파트너로서 첫 협상과 마지막 협상에서 달라진 생각은?

처음에는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협상을 시작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바뀐 정부에서 수가협상을 처음으로 진행하게 됐다. 또, 대통령이 직접 의료계 적정 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의료계에는 지속적으로 약속을 어겨온 정부에 대해 깊은 불신이 있다. 지금까지는 계속 속아왔지만, 혹시라도 달라진 게 아닌가 싶어서 정부의 진정성을 일단 믿어보고 성심성의껏 협상에 임하자는 각오로 협상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협상을 진행하면서 또다시 의료계가 정부에 속고 있다고 느꼈다. 3차 협상에서 공단 협상단이 7.5% 수가안과 공단 측 수치가 너무 괴리가 커서 차라리 수치를 지금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때 믿음이 잘못됐음을 확실히 느꼈다.

내가 짐작하기에 2%도 안 되는 수치를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다. 통상적인 수가협상에서는 의약단체 측 수치를 제시하고 이후 공단 측 수치를 제시한 후 4차 협상으로 넘어가는데, 3차 협상에서 공단이 너무 낮아서 말도 못 하겠다고 했다. 그때 진정성이 없음을 알았다. 또 속았구나 싶었다.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데 돌아온 것은 배신감이었다.

3차 협상으로 건정심 탈퇴까지 생각하게 됐다. 최종 협상일 때 공단이 '자정 안에 협상을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고, 우리는 '밤새워서라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이하 재정소위)가 추가로 열렸는데, 밴딩이 늘어나는 것을 예상하여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결국 돌아온 것은 타결 시 2.8%, 결렬 시 2.7%였다. 쉽게 말하자면 2.8%에 사인을 하자는 거였다.

'더 이상의 수치 언급 · 협상은 없고, 이게 마지막이자 최종'이라는 말을 새벽에 들었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졌다. '속았구나' 싶었다. 참담함과 분노 · 자괴감을 느꼈고, 의협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갖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면서 패닉이 왔다.

◆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현 집행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째 됐는데, 첫 달에는 의료계 내 · 외 일정이 지나치게 많았다. 회원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 없이 총궐기대회, 수가협상, 의정대화 등을 준비 · 개최하는 등 일정에 맞춰 급하게 달려왔다. 

정부가 진정성이 없다는 게 이번 수가협상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우리에게 '투쟁할 거면 하라'는 태도다. 결국 우리는 싸워서 얻어야 한다. 싸움 방법은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지시하는 게 아니다. 의료계 각 직역 및 회원들이 효율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를 정하여 그 토대 위에서 충분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함께 해주길 바란다. 회장, 몇몇 이사가 구속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끝나길 바란다. 상근부회장인 나부터 집무실 벽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표어를 붙여놨고, 여기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집행부와 일부 뜨거운 열정을 가진 회원들만 싸워서는 지고 만다. 지는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 회원들이 공감하고 싸울 준비가 충분히 됐을 때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 상근부회장 자리가 힘겨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상근부회장 자리를 명예롭고 높은 자리로 여긴다. 그런데 본직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봉사하는 자리로, 누릴 게 없다. 

요즘 힘들다.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보고 좀비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눈 뜨면 바로 협회로 출근해 종일 일하다가 밤에 퇴근해 씻고 잔다. 일주일 내내 이 생활이 반복된다. 이 자리에 있으면 항상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본직을 맡은 이유는 썩어서 곪아있는 우리나라 의료 내부를 바꾸고자 하는 소명 의식 때문에 그렇다. 자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고생바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긴 시간 갈등해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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