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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혈우병 환자 다 다른데, 처방 일률적인 까닭

개인별 맞춤 치료와 혈우병 치료 병원 늘릴 것 호소돼

혈우병 환자마다 체내에 투여된 응고인자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다른데, 일체형 용량으로 치료가 이뤄져 제대로 된 지혈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개인별 '맞춤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김승희 의원이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혈우병 등 출혈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코헴회(혈우 환우협회) 박정서 회장이 '환자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응고인자 처방기준의 필요성'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박 회장은 "혈우병 환자는 상시로 출혈의 위험을 안고 사는 희귀난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다. 근 30년 사이 출혈을 막아주는 응고인자제제 기술이 발전해 현재 대부분의 환자가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며 건강한 사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응고인자를 주기적으로 투여해 출혈을 예방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병원 · 의사들 대다수가 혈우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혈우환자를 돕는 의사 수가 부족한 데다가 응고인자제제가 보험급여삭감이 되면서 병원 및 의사에게 불이익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 때문에 혈우병을 관리하는 병원이 진료를 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가장 무서운 것은 전국 응급의료센터에 응고인자제제가 없어서 뇌출혈, 복강출혈, 사고외상 등 응급출혈 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라면서, "현행 보건복지부 급여기준에서 응고인자 처방기준은 환자의 개인 특성이나 출혈 정도와 무관하게 몸무게 kg당 획일화된 용량을 처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마다 체내에 투여된 응고인자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달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활성화도를 가지는 환우들에게 있어 획일화된 처방으로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식약처 허가사항 상에서도 뇌출혈, 복강출혈 등 심각한 출혈 시에는 혈중 응고인자 활성도를 100%까지 올려야 하나 이미 50% 용량으로 처방받아 가정에 비치해 놓은 응고인자제제로는 심각한 출혈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보건복지부 급여기준 상에서는 성인의 경우 1회 내원에 응고인자제제 최대 5회분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월 최대 10회분, 추가출혈 시 다시 내원해 2회분씩을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환자가 적절한 양의 약품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전국에 몇 군데 있지도 않은 처방병원에 아픈 몸을 이끌고 1년에 30~40회 내원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선진국들의 경우 환자별 약동력학 지수와 의사의 임상적 소견에 따른 맞춤식 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혈우병치료센터 형태로 협진을 통한 포괄적인 관리로 치료비용을 효율적으로 절약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정기적 진료와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씩 받으며 1~3개월분의 치료제가 홈딜리버리 시스템으로 배송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안윤진 과장, 심평원 진료심사위원회 이규덕 위원장, 경북대병원 이건수 명예교수, 한국혈우재단의원 유기영 원장, 신촌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과 한정우 교수 등이 참석했다.



경북대병원 이건수 명예교수는 "2010년 질병관리본부 용역으로 이뤄진 국내 혈우병의 유병률 및 실태조사에서 조사대상자 780명 중 290명(37.2%)의 환자가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출혈이 있었다고 답했다. 혈우병을 다른 희귀질환과 동일시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998년 심평원이 진료비를 무더기로 삭감하면서 많은 병원이 혈우병환자 진료를 포기했다. Big5도 마찬가지로 세브란스를 제외하고 진료를 안 한다. 혈우병 환자의 출혈을 진료 안 하는 대학병원 응급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예방치료는 중증 환자를 자연출혈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고 2일에 한 번씩 체중 kg당 25 단위를 주사해서 다음 주사 전 혈중 최저치를 1% 이상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40년 전부터 시행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시행됐다. 그러나 허용범위에 15세 미만이라는 나이제한과 25 U/kg 용량제한을 뒀다. 2년 후 17세, 30 U/kg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개정됐으나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즉, 환자 개인별 약물역동학이 다르다는 것으로, 이 교수는 맞춤치료가 최선의 치료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중농도이다. 회복률이 80~100%가 되어야만 치료 효과가 있다. 회복률이 1이라는 것은 100%를 유지한다는 것이고, 50%는 0.5이다. 0.5가 나타난 환자에게는 2배를 줘야 한다. 이게 맞춤형 치료의 근본이다."라고 강조했다.

경북대병원에서 진행한 '뇌, 복부, 관절 수술(27례) 후 개인 회복률 차이에 따른 입원 기간의 차이와 약 소비량, 합병증에 대한 비교'에서 0.8 이상으로 추가량 없이 수술한 A군(12례), 0.8 이하여서 100%로 보전한 B군(10례), 회복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술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가 보전하지 못했던 C군(5례)의 차이를 살펴보면, C군이 다른 군들과 비교해 입원기간, 약 소비량이 3배, 7배 높았고, 수술했음에도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 교수는 "약 소비량과 관련해 A군의 경우 1700만 원인데, C군은 A군보다 약값이 7.2배나 더 들었다. 회복률을 감안한 치료는 환자를 제대로 살릴 수 있고 금전적으로 7.2배나 절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들은 처방한 용량에서는 삭감한 예가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항체 혈우병 환자 치료에서 수억~수십억 청구에 일부 또는 전액 삭감이 이뤄짐으로써 여러 대학병원이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항체환자 진료지침 마련과 전 연령층에 예방치료 확대, 개인별 맞춤치료 인정, 지역별 응급실에 혈우병약 비치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촌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과 한정우 교수는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포괄적관리 모델이 적용되는 혈우병전문치료센터(HTC, Hemophilia Treatment Center)가 있어야 한다. 포괄적관리 모델에는 혈우병/혈약학 전문의, 정형외과의사, 물리치료사, 심리치료사, 영양사 등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기는 어렵다. 혈우병지정병원은 무의미하고 많은 대학병원이 진료를 포기한 상황이다. 다학제관리를 위해서는 1인당 충분한 진료 시간이 보장돼야 하고, 다양한 협진체계, 환자 건강 상태 관리를 위한 인력 · 재원이 구성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특히, 암이 발생했다거나 감염이 돼서 중요수술을 하게 되면 외과의사들이 피한다. 똑같은 비용으로 수술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합병증도 많이 발생하며, 치료로 특별히 본인 병원에 도움 되는 게 없기 때문에 어려운 환자를 보려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가 제시한 다학제모델은 소아혈액종양과, 치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이 협업하면서 과들과 환자 사이에서 코디네이터가 관여하는 형태이다. 한 교수는 "기존 모델을 보면 예약부터 시작해서 병원에 방문하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다학제클리닉에서는 예약, 내시경, 치과 등등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다. 그러려면 중간에 코디네이터가 있어야 한다.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 결과 보여주고, 내원일자 잡아주는 일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극복 방안으로 ▲전문치료센터 지원을 통해 권한과 책임 강화, ▲다학제 관리모델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한 교수는 "건강검진을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올 필요가 없다. 마음 편히 와서 적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 보상관점에서의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혈우재단의원 유기영 원장은 "혈우병B 환자에 대한 응고인자제제 처방용량 증대와 혈우병B항체 환자에 대한 면역관용요법이 필요하다."라면서, "올해 한국혈우재단에서 전체적 지혈 평가법을 이용해 혈우병A 환자에게 처방된 Ⅷ인자제제와 혈우병B 환자에게 처방된 IX인자제제의 지혈효과를 비교한 결과, 혈우병B 환자는 혈우병A 환자의 65%에 불과한 최고 트롬빈과 78%의 총 트롬빈만을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예산은 단순하게는 지난해 유전자재조합 IX인자제제 처방량의 15~20%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면역관용요법과 관련해 유 원장은 "혈우병A 환자들에게 시행 중인 항체우회치료제의 유지요법을 혈우병B 환자들에게는 알레르기 우려 혹은 짧은 반감기로 인해 시행하기 어렵다. 또, 지혈을 위한 치료 선택이 혈우병B 항체 환자에게는 매우 제한적이다. 개발 중인 신약들도 혈우병B 항체 환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면역관용요법을 시행하면 막대한 의료자원을 줄일 수 있다. 항체우회 치료제 가격은 매우 고가로, 면역관용요법 후에 57% 이상의 치료 비용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 원장은 "면역관용요법은 우리나라 혈우병B 항체 환자들에게는 cyclophosphamide 대신 mycophenolate mofetil(MMF)을 사용해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항체가 5 BU/mL 이하인 환자만 대상으로 해 고가의 체외흡착법을 불필요하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치료법이다. 또한, 이 방법은 최대 2개월 안에 면역관용요법의 성패가 결정되므로 신증후군의 우려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에 따르면, 평균 23일 동안 하루 304 unit/kg의 IX인자제제가 필요했는데, 현재 면역관용요법을 원하는 소아 환자 1, 2의 체중이 14.4kg과 17.4kg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만 단위와 12만 단위의 IX인자제제가 필요하다. 이는 베네픽스 기준으로 각각 8,126만 원과 9,818만 원이다. IX인자제제 외에 비용은 수 백만 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심평원 진료심사위원회 이규덕 위원장은 "이건수 교수가 심평원이 진료비를 너무 많이 삭감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 교수가 내놓은 자료들 대다수가 옛날 자료이다. 혈우병 치료는 최신의학 및 최첨단의학을 바탕으로 현재 얘기되고 있다. 이 중 근거가 충분하면 보건복지부와 상의해서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보건복지부 예산이 70조 가까이 있는데 이건 우리나라 전체가 사용하는 돈이다. 예방요법 1%도 굉장히 힘들었다. 복지부 설득해서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다."라면서, "심평원, 보건복지부, 국가가 혈우병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고 있고, 최신의학을 기본 베이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한, "방문횟수 1번에 드는 돈이 굉장한 비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혈우병 환자 1년 통계를 내서 가장 많이 돈을 쓴 10명을 검토하는데 그중 절반이 8, 9번 응고인자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였다."라면서, "예전에 혈우병지정병원이 11곳이 있었는데 2000년도쯤 정부가 없애버렸다. 지금은 어떤 병원에 가도 좋게 되어 있다. 적어도 inhibitor 환자와 관련해 전문치료센터를 전국 몇 군데 정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안윤진 과장은 "지난해 12월에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됐고, 질본에 희귀질환과가 생겼다. 이는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 과에서는 혈우병을 포함해 여러 희귀질환들을 정비하고 있다."라면서, "희귀질환과가 생기기 전부터 희귀질환에 관해 정부 지원이 여러 가지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과에서는 보험 지원을 받고 그 외에 추가로 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과장은 "희귀질환관리법 안에는 희귀질환연구, 치료, 희귀질환전문기관 지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오늘 얘기된 혈우병전문치료센터도 큰 범위 안에서는 전문기관 안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질환에 대해 각각의 전문기관들을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검토를 시작했다. 언제부터 지정할 수 있을지를 말하지 못한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검토 작업부터 시작해서 혈우병에 대한 전문기관도 같이 고려해서 지정하는 단계까지 추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혈우병 환자와 관련한 일반 수가 부분들이 중증환자 성격이 반영 안 된 수가 부분들이라고 했는데, 중증질환자나 소아환자 특성에 따라 일반환자에 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수가가 적정하게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치료를 제한받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보험급여과 쪽에서 관련 사항들을 전반적으로 잘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곽 과장은 "심사 부분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모두 심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며, 심평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심사제도 개편 부분은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곽 과장은 "급여기준 부분은 확답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역할이 분명히 나뉘어 있다. 외부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정책 의견을 주면 그런 사항들에 대해 급여 기준을 잡는 의료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있다. 그 위원회에서 안건을 고치고, 논의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