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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인지중재치료, '치매' 효과 있을까?

인지중재치료학회 나해리 홍보이사, "환자 특성 맞게 치료해야"

현재 치매 치료는 약물이 주를 이루지만, 인지기능 호전 및 예방에는 약물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바 인지중재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금년 7월 신의료기술로 등재되고, 치매국가책임제가 발표된 데 이어, 치매 예방 · 치료의 본격화로 인지중재치료학회가 창립돼, 지난 1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본관 세미나룸에서 학회 창립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인지중재치료의 중요성과 의의' 주제로 나해리 홍보이사(성남시치매관리단장/신경과 전문의)가 발제를 맡았다.



인지중재치료란 치매와 같은 뇌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비약물적 활동을 의미한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옛날에는 뇌는 비가역적인 기관으로,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절대 변하지 않으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에도 가소성(plasticity)이 존재해 경험에 따라 뇌 회로가 바뀌며 좋아질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1988년 유태인 요양원 노인 사후뇌부검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소견이 있으나 생전에 치매 증상이 없었던 노인들은 치매 증상을 보이던 노인들보다 두 배나 큰 피라미드 세포를 지녔으며, 이들이 대뇌피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치매 증상이 없던 노인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뇌가 컸고, 특히 피라미드 세포 크기가 두 배나 컸다."라면서, "뇌는 극복할 수 있는 맷집(Reserve)을 가지고 있다. 1991년 Nun study에 따르면, 80~90세 수녀 뇌를 생검한 결과 다량의 아밀로이드가 관찰됐고, 노인반과 신경섬유다발 등이 관찰됐지만 살아생전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수녀들이 치매를 이겨낸 원인이 무엇인지 과학자들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뇌가 손상돼도 '뇌 맷집'은 사람마다 달라서 증상발현이 안 될 수 있다는 것.

나해리 홍보이사는 "'인지 저장고'란 뇌 손상에 직면한 뇌 가소성을 말한다. 뇌가 손상됐을 때 두 가지 가설인 '기존 뇌 네트워크의 효과적인 사용', '뇌 조직 손상 시 신경보상 개념으로 타 조직이 뇌 역할 대처' 등으로 증상이 발현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홍보이사는 "쥐 실험을 통해 '운동'이 뇌 신경재생을 돕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함으로써 해마 크기가 증가했으며 기억력도 증진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운동으로 혈청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level이 올라감으로써 뇌세포 재생이 가능하다고 증명된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로 뇌 가소성의 객관적 근거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또한, "60세 노인 환자에게 저글링을 3개월간 시켰더니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객관적으로 관찰됐다. 즉, 활발한 활동으로 뇌 재생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인지중재치료 연구는 전국 18개 병원의 경도인지장애 환자 293명 대상으로 무작위배정을 시행해 '그룹' 인지중재치료군, 학습지 형태의 '재가' 인지중재치료군, '대조군'으로 나눠 12주 동안 관찰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그룹 및 재가 인지중재치료군에서는 대조군보다 12주 후에 유의하게 인지기능이 개선됐고, 인지중재치료를 중단한 후 6개월까지도 대조군과의 차이가 유지됐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머리를 열심히 쓰는 것 모두 치매 예방에 도움 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지중재치료의 종류는 ▲인지자극(Cognitive stimulation), ▲인지훈련(Cognitive training), ▲인지재활(Cognitive rehabilitation) 등으로 구분된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인지자극은 지남력훈련, 회상요법, 토론,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이 해당한다. 인지훈련은 기억력이나 주의력 등 어느 한 인지영역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뇌 가소성을 유도하는 치료이다. 인지재활은 남아있는 인지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일상생활의 기능장애를 줄여주는 것으로 메모장이나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을 예를 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지중재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전 국민에게 시행 가능해야 한다. 그룹으로 치료할 수 있고, 특히 작은 그룹이 치료 효과가 가장 좋다. 물론 개인 치료도 가능하다. 문제는 음악치료를 싫어하는 환자에게 음악치료를 하게 되면 환자에게 맞지 않아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자 개개인에게 알맞은 훈련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해리 홍보이사는 재활로봇,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법이 소개될 수 있다고 했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인지중재치료의 목표로 ▲치매 예방, ▲인지개선, ▲이상행동감소, ▲일상생활능력 개선, ▲보호자 지지 등을 제시했다.

이어서 나해리 홍보이사는 연령변화에 따른 치매 위험요인을 설명했다. 치매 위험요인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자 위험요소', '사회경제적 요인', '흡연 등 생활습관',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 발병', '직업', '우울증', '외상', '호르몬 치료' 등이다.

나해리 홍보이사는 "치매에는 블루칼라 계층이 많다. 나이 들면서 흡연 여부, 고혈압약 복용 여부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직업 또한 중요하다. 한편, 머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은 치매 유병률이 떨어진다. 생활습관을 유지했는지, 호르몬 치료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매 보호요인은 유년기 학업성적이 우수한 경우, 중년기 혈압약을 빨리 복용한 경우, 60세 이후 생선 · 채소 등을 자주 섭취한 경우, 적당히 음주한 경우, 왕성한 사회활동과 두뇌활동, 운동 등이 있다. 

나 홍보이사는 "치매 예방 활동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모든 이들의 문제이다. 우리 학회는 노년기 대상으로 활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나해리 홍보이사는 "인지중재치료의 긍정적인 측면은 훈련된 인지 부분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훈련 안 된 인지 부분들에 대한 효과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고스톱을 잘 치지만 이게 다른 인지로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고통이 경감되지 않는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치료를 선택 ·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인지중재치료의 급여산정 계획을 묻는 질의에 박건우 초대 이사장(고대안암병원 신경과)은 "현재 급여산정은 안 돼 있고, 신의료기술 단계만 들어와서 몇몇 병원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지치료가 보험급여가 안 되다 보니 통제 대상이 아닌 탓에 이름만 비슷한 여러 유사 치료 기법들이 전국에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들이 건강하지 않은 의료 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고 와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건우 이사장은 "인지중재치료는 행위별수가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 개개인에게 알맞은 인지치료기법 등이 반영된 FFS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라면서, "표준 프로토콜을 개발해달라는 기존 요구가 있었다. 그 점은 신경과 · 정신과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표준화의 필요성과 개별화의 필요성이 극단적이어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