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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치매국가책임제, 대체 누구 위한 제도?

문 케어 방향성 잃어, 치매 환자 우선 둬야

치매안심센터 추진이 치매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치매학회는 지난 4일 오후 1시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현 치매국가책임제가 방향성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정책제언'을 발표했다.



대한치매학회가 발표한 정책제언은 크게 ▲다부처 분산형 복지정책에서 통합 집중형 정책 전환을 위한 보건 영역 개입, ▲함께 참여하는 치매치유, ▲치매 연구 시스템 정비, ▲국가 치매 연구 체계 마련 등으로 나눠진다.

먼저 '다부처 분산형 복지정책에서 통합 집중형 정책 전환을 위한 보건 영역 개입'은 동일 수혜자가 다부처에서 유사지원정책을 통한 분산형 지원이 이뤄지는 형태로, 등급별(환자상태) · 공간적(시설) 통합 집중형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 지원 효과를 증진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치매안심센터의 질 관리가 필요하고, ▲지역치매안심센터 연계 거점 공공요양병원이 확충돼야 한다. ▲치매환자 지원 체계 정비를 위해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며, ▲치매 복지 지원 기관 관련해서 정책 일원화가 요구된다. 

치매안심센터의 질 관리와 관련해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홍보이사(한양대학교 구리병원)는 "인력 구성과 관련해 수도권과 대도시 등은 인력을 구하는 데 무리가 없으나, 지방은 문제가 있다. 월급 더 올려준다고 해서 의사들이 모이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치매학회 박기형 총무이사(가천대학교 길병원)는 "인원을 전부 한꺼번에 뽑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다. 우리 학회에서는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치매학회 공동 주관으로 이번 주에 정책포럼이 열린다. 두 학회와 정부 간 토론에서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치매 관리 사업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자원봉사자 포인트 제도, ▲senior care manager 교육 사업, ▲여행 바우처 활용을 위한 외출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대한치매학회는 현재 치매파트너즈 제도가 자원봉사자의 역할 · 보상이 불분명해 양성 인원보다 활용이 원활하지 않다며, 봉사 활동을 세분화하고 업무 강도와 시간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 포인트 제도'를 둘 것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치매 관련 종사자를 양성해서 치매안심센터의 인원을 확충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가족들만으로 치매 환자를 모시고 여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대한치매학회에서 진행해 온 '일상예찬 봄 소풍'을 모델로 각 지역의 미술관 · 공원 등에서 치매 전문가 · 자원봉사자 지도로 치매 가족 소풍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치매학회 박건우 간행이사(고려대학교 안암병원)는 "전국적으로 설치되는 치매안심센터에 25명씩을 충원하는 건 대사업이다. 이제껏 국가가 치매에 이 정도까지 신경 쓴 적 없었다. 우리 학회에서는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대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가자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건우 간행이사는 "치매안심센터 설치가 '우리나라 치매 어르신들은 어떻게 잘 케어할 것인가'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라면서,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 접근하면 치매안심센터는 그 지역에서 신뢰성 · 전문성을 잃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기형 총무이사는 "치매국가책임제 방향이 복지 쪽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 · 의료 · 예방 쪽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우 간행이사는 "복지와 싸우자는 게 아니라, 이번 정책으로 파이가 늘어났기 때문에 같이 협조해서 진행하는 게 좋다."라며,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집에서 책임을 안 지는 게 아니다. 국가책임제라고 하니 '요양원에 보내는 거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최대한의 치료를 통해 환자가 가족들과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건우 간행이사는 "일본은 거의 홈케어로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서비스 기관에 맡긴다. '집에서 보살피겠다'고 하면 지원을 더 많이 해줘야 한다. 국가는 본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방향키를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매 연구 시스템 정비'는 현재 연구 지원 정책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단기 성과에 치우쳐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관련 연구비 현황 파악 및 정비, ▲치매 관리 표준화 연구 지원, ▲치매 연구와 연관된 관계 법률 정비 등을 요구했다.

최호진 홍보이사는 "우리 학회는 치매 진단이 너무 허술하다고 느낀다. 모든 진료과를 대상으로 현재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타과의가 총 6시간 강의를 이수만 하면 할 수 있는 형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호진 홍보이사는 "병리 기반이라든지 정확한 치매 연구와 전문가 양산 등 이런 것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표준화된 제도를 바탕으로, 진단 · 병리 등을 모아서 연구 관리의 큰 틀 안에서 치료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유병률을 떨어뜨리고, 세부사항도 정리돼야 하는데,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늘어난다' 이런 구호로 제도가 시작되다 보니, 당장에 치매과 · 신경과 의사가 부족해서 6시간 교육으로 양산하는 식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치매 전문 국가 기관이 설립돼 집중적인 연구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국가 치매 연구 체계 마련'을 통해 우리나라도 ▲국립치매전담연구기관 설립, ▲Korean Neuro-cognitive disease initiative(대한인지장애선도연구그룹) 설립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Korean Neuro-cognitive disease initiative는 국립치매전담연구기관과 대응 관계를 이루는 민간 연구 네트워크 조직으로, 치매 연구에 필요한 핵심 과제를 담당할 세부 센터를 선정해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박건우 간행이사는 "치매국가책임제는 좋은 기획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관심 있게 보니 경쟁적으로 커져서 처음 계획에서 약간씩 방향이 틀어지고 있다. 천천히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호진 홍보이사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유사전문가 그룹이 많아졌다. 또한, 지역 사업을 급조해서 만들고, 발표자도 급조해서 만들고 있다. 이게 다 국민 재산으로 임상실험하는 거라 보면 된다. 이건 한 개인의 일탈이지만 치매예방주사 등으로 사기 치는 의사도 있다. 그러한 의사들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 복지부 국감에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치매진단과 관련해 일반 한의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최호진 홍보이사는 "치매는 안전성 및 증거 기반으로 접근해야 할 질환이다. 단순히 의사 · 한의사 밥그릇 싸움으로 밀어버리면 안 되고, 무엇보다도 치매환자의 안전성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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