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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공공심야약국 개설 시, 시간당 최소 4만 5천 원 정부지원 필요

심야약국 제도화 방안 마련할 때 vs. 공공재원 투입 필요성 논의부터 해야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과 안전성 확보의 적절한 조율을 위해서는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 보다 공공심야약국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환자와 보험자(건강보험공단), 약사 등 사회 전반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서동철 교수는 6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공 심야약국 도입 토론회’에서 공공심야약국 운영 시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위와 같은 제언을 했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에 의존한 약사의 역할 변화로 시장이 축소되며 심야, 공휴일 등에 약국 운영 시간이 단축됐다.


때문에 약국이 문을 닫는 취약시간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명분 하에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시행했으며, 현재까지 의약품 13품목이 선정돼 전국 2만 8천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복약지도 없는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의약품 사용 안전성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지속되며, 약사 단체 내부에서도 심야약국 운영을 통해 국민들에 약사직능의 전문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각성이 있어 왔다.


그러나 약사들은 현재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심야약국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약사직능의 사명감만으로는 심야약국 운영이 불가능하며, 정부의 시스템 확보와 재정 지원이 공공심야약국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야약국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한 시간당 45,000원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사들은 이 금액 또한 약사의 개인적인 여가나 휴식 등을 포기한 경우 산출된 결과로 하한선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서동철 교수는 정부가 지금껏 발표한 자료들을 취합해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할 경우 비용-편익을 분석하여 발표했다.


결론만 살펴보면,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얻을 수 있는 비용편익은 환자 1인당 20,744원,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1시간당 39,864원의 이익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해 생기는 이익(환자, 보험자, 약사 등)을 산출해 비용-편익을 계산한 결과이다.


서동철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전체 사회에 미치는 비용편익 효과를 감안한다면, 정부가 약사들이 요구하는 하한선 4만 5천 원을 지원해서라도 공공심야약국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현재 안전상비의약품 품목뿐 아니라 일반의약품에 대한 불법 판매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의약품 편의점 판매 감시 체제의 미흡함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취약시간대 의약품 접근성 보장을 위한 약사회의 제언으로 ▲공공심야약국 운영의 제도화, ▲병의원 약국이 연계된 당번제도 도입, 그리고 ▲보건소를 활용한 공중보건의료 시스템 확대를 들었다.


강 정책위원장은 이 세 가지 제언 중 가장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보건소를 활용한 공중보건의료 시스템의 확대를 꼽았다. 전국에 마련되어 있는 기존 보건소에 공중보건의사와 공중보건약사를 투입해 야간의료시스템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방안은 민간 의료체계를 이용하는 것으로 지역간 편차가 우려되고, 소요 비용이 많다면, 보건소 활용은 이미 갖춰진 공공 의료체계를 활용하는 것으로 비용 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공공심약약국 논의에 핵심은 공공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임을 지적하며, “심야약국 개설에 공공 재정이 투입되려면, 사회적인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서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비용 대비 이익만을 고려했다면, 공공심야약국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기존 대체재 대비 월등히 효과적인지 등이 논의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심야약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하며, 심야약국의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다른 패널과의 온도차를 보였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공공 재원 투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약사 단체의 전문가적인 헌신과 사명감을 국민들에 먼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하며, 약사들이 직능인으로서의 역할을 국민들에 먼저 설득시킬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심야약국을 운영 중인 부천 바른손약국 김유곤 약사 또한 약사 사회의 인식 개선과 자성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심야약국을 운영하며 일어난 환자와의 에피소드들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심야에 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며 ‘을’에 속하는 사람들”이라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전문 직종이 얼마나 사회에 공헌하는지에 따라 그 직능의 위상이 정해지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직능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을 대해줄 것”을 동료 약사들에 당부했다.


또한 “심야약국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의해 실행되어야 할 부분”이라며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서동철 교수와 의약품정책연구소 김대원 소장이 주제 발표를 진행했으며, 이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방준석 교수의 좌장 아래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부천 바른손약국 김유곤 약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 내일신문 김규철 기자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