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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어디에 설립해야 할까

서울대병원·생명윤리정책연구원 각자 “우리가 해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설립해 웰다잉법을 환자의 바람과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로 성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설립될 기관은 전문성,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등을 갖춰야 하지만 기관의 운영주체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있어 향후 복지부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설립 의미와 기관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발표했다.


고 교수는 “소위 웰다잉법 통과는 법이 의미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의료진과 환자 모두 준수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며 “또한 법의 준용에 혼선이 생기면 의료기관에서의 환자들의 사망이 가정에서 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2014년 전체 사망 73% 중 의료기관에서 사망했음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에서의 연명의료와 관련되는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삶의 마무리에 연관된 다양한 관점과 문제점들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연명의료가 환자의 바람과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로 성숙시키려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에 통과한 웰다잉법 9조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


고 교수는 전문성과 신속성, 중립성, 지속성 등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꼽았다.


고 교수는 전문성에 대해 “연명의료 연관 윤리에 대한 교육이 의료인들과 일반인들에게 부족한 상황에서 법이 적용되면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 어려움은 돌봄을 담당할 의료인의 인식제고와 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단계적이고도 지속적인 교육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립될 기관은 법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확인 조회 요청에 대한 회답을 해야 한다”며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이 수시로 일어나며 그 빈도를 고려했을 때 신속 정확하게 보관하고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공이나 연관 자문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속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기관은 다양한 의료기관 및 민간단체 등과 원활히 소통하고 지원 및 연계할 수 있어야 하므로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 해 유관단체들로부터 역할의 중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또한 사회와 의료의 상황변화에 따른 환자나 그 가족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의료현장에 반영해 나가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중립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의료환경의 변화와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요청에 대응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은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기관을 잘 준비하고 제대로 운영해 의료현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론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 필요성과 조건에는 공감했지만 운영주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는 기관이 갖춰야할 조건 중 핵심을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지목하며 의료현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는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교육·연구·정책·행정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경험을 갖춘 전문가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의료윤리·사회·심리·법에 관한 우수한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신속성을 위해서도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업무에 따른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복지부 산하 심평원처럼 행정력을 갖추거나 진흥원처럼 예산을 배분해 주지 않고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다른 부처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의료기관에 절대로 맡겨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김소윤 사무총장은 “서울대병원에서 맡을 경우 의료인 중심으로 치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조직전체의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지속성 측면에서도 모기관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소윤 사무총장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조직규모가 작고 전문성이 높아 의사결정과정이 신속하며 정부 산하 연구기관으로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김명희 사무총장은 “기관은 관련된 조사 업무도 수행하는데 의료기관이 맡으면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의사가 기관장이 되면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며 “아울러 의료기관에 맡기면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한 모든 업무가 의료계 내에서 이뤄져 환자, 종교인, 학계, 일반인 등 관련자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료기관에 맡기면 절대로 안된다. 자칫 인간의 생명을 인간의 뜻에 따라 중지하는 것을 합법화해주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환자의 자기결정과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취지에 맞게 국립연명의료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국립연명의료기관은 정보관리능력이 핵심이며 중립적이고 다양한 이질적인 단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성이 덧붙여져야 한다”며 “단위 의료기관보다는 제3의 중립적인 기관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시작은 DB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역할일 뿐이라며, 내년 상반기 입법예고를 통해 구체적인 기관 역할을 정의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황의수 과장은 “연명의료 중단이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제도화돼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걸음씩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주제 발표와 토론을 들어보면 기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지만 국회에서 정한 첫 역할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관리 및 DB 구축”이라고 말했다.


황 과장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이름만 놓고 보면 연명의료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역할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논의의 출발점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하위법령을 올해 말까지 정리해 내년초 입법예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하위법령에 많은 내용 담길 것이다. 오늘 논의 내용도 수렴해서 기관 역할도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황 과장은 “연명의료법 성패를 좌우할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굉장히 중요하다. 자질이나 인적 규모 등 바람직한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며 “향후 기관을 어떻게 키워나갈지는 국회와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결정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