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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의료기관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

장효곤 (이노무브 대표)



마케팅은 필요한가?


“좋은 제품은 알아서 팔린다.”
좋은 제품의 개발을 위하여 땀을 흘렸더니 고객들이 하나둘 생겼고, 사용해 본 고객들의 좋다는 얘기가 돌자 히트 제품이 되었다는 성공담들이 가끔씩 언론에 소개된다. 팔려고 노력하지 말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한다. 고객에게 큰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은 알아서 구매하고 입소문을 내줄 것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막 개발한 아이폰을 손에 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애플스토어에 줄을 서서 사는 것을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렇다면 마케팅은 필요 없을까? 1885년에 독일의 카를 벤츠[Karl Friedrich Benz; 1844~1929]는 오늘날과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20세기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엄청난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동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매우 신기한 발명품이라고 했지만,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지는 않았다. 천성적 엔지니어였던 그는 작업실에서 자동차 개선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건이 일어난다. 1888년의 여름 날 새벽 카를 벤츠의 아내인 베르타 벤츠[Bertha Benz; 1849 ~1944]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자동차에 올라서 운전을 시작하였다. 그녀의 목표는 무려 100 킬로미터 떨어진 친정에 가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을 포함한 그 누구도 자동차를 타고 동네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정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가는 길에(아직 주유소가 없는 때이므로) 약국에서 기름 사 넣고, 차가 고장 나면 근처 마을의 기술자를 데려와서 고치고, 언덕에서는 차를 밀어 올리면서도 결국 친정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나온 지 12시간 만이었다.
그녀는 당시의 신기술인 전보로 남편에게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렸고, 친정에서 며칠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자동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올 때와는 다른 길을 통해서였다.




이 여걸의 세계 최초의 장거리 자동차 주행은 당연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라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벤츠 부인의 주행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신문사들도 기사로 실었고, 사람들은 여성이 자동차라는 새로운 발명품으로 이 먼 거리를 오간 것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였다. 벤츠 자동차에는 주문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성공적인 ‘이벤트 마케팅’이었다.


자동차같이 훌륭한 혁신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발과 말에 의존하던 사람들의 이동을 한 차원 높여준 엄청난 발명이다. 자동차가 없는 현대 문명 생활을 오늘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카를 벤츠는 그렇게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도 바로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사람들이 그 가치를 금방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에 골몰하였지만, 부인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그녀는 빨리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고, 그녀의 생각은 옳았다. 판매가 빨리 올라가지 않으면 다른 초기 기업들처럼 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의 장거리 주행 없이도 벤츠 자동차가 결국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 덕에 성공이 빨라진 것만은 분명하였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동차와 같은 세기적 혁신도 마케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역사


마케팅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기원전 문명인 이집트나 폼페이에도 판촉을 위한 포스터나 간판이 존재하였다. 인쇄 기술이 발전된 이후에는 광고가 더욱 활성화되었다. 12~13세기의 중국 송나라에선 상점을 알리는 전단을 인쇄하였다.


구텐베르그의 인쇄기 발명 후에는 유럽에서 인쇄 붐이 일어 마케팅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신문, 잡지가 출판되면서 지면 광고가 시작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라디오를 거쳐 TV가 나오면서 매스 마케팅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매스 마케팅의 특징


20세기 매스 마케팅, 특히 TV 광고는 이전의 판촉 노력과는 다른 경향을 보였다. 이전의 판매 촉진 활동은 광고에 제품의 차별점을 알리는 데에 주력하였지만, 20세기 매스 마케팅은 광고 그 자체로 차별점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주로 화장품, 식음료, 패션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대중 광고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모델을 써서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였다.


필립모리스사는 1924년에 필터 담배를 출시하면서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담배의 이름을 “말보로”라고 하였다. 당시 남성들은 필터 없는 담배를 피웠다. 1950년대에 들어 필립모리스는 말보로를 남성용으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하였다. 필터 담배의 순한 맛과 폐에서의 우월한 안전성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지만, 필터 담배를 피우는 남성은 소수에 머물렀다. ‘여자의 담배’인 필터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통념 때문이었다.


필립모리스의 광고 에이전시 레오버넷은 가장 남성적인 직업을 소재로 광고를 찍기로 하였다. ‘말보로맨’으로 불리게 되는 그 남성은 운동선수, 자동차 경주 운전자, 선장, 건설 근로자 등을 묘사하였는데, 카우보이 광고가 가장 성공적이었고 말보로는 단숨에 인기 담배가 되었다. 결국 다른 직업들은 중단하고 카우보이만 계속 찍기로 하였다. 당연히 그 모델은 진짜 카우보이가 아니었다. 그는 배우였고, 카우보이 연기를 한 것뿐이었다. 카우보이, 남성성, 그리고 말보로 담배의 논리적 연관성은 없었다. 그저 남성적인 이미지를 광고에 담아서 예전에 여성에게 팔던 필터 담배를 남성이 구입하도록 유도한 것뿐이었다.
이후 더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서 진짜 카우보이를 찾아 모델로 썼지만, 이 광고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카우보이는 남성적인 이미지였을 뿐이다. 원래 여성용으로 팔던 순한 맛의 필터 담배였지만, 광고를 통하여 거친 남성적 환상을 입힌 것이다.


매스 마케팅의 또 하나 특징은 ‘끼어들기’다. TV 드라마나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 앞에 광고를 보여준다. 한참 재미있을 때에 광고를 틀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에도 끼어들기 광고의 특징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동영상을 보기 전에 5초간 광고를 봐야 한다. 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려면 시야를 방해하는 광고와 씨름해야 한다. 소비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 사이에 끼어드는 광고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


매스 마케팅의 전성기는 지났다. 사람들은 광고 대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말과 글에 의존하고 있다. 예전에는 찾을 수 없었던 이런 내용은 온라인 시대에는 검색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해당 제품에 대하여 알기 위해선 그 업체의 영업사원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판매를 위한 대답을 할 것임을 알고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쉽게 알 수 있다. 검색을 하고 소셜 미디어나 지식 사이트에서 지인들이나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면서 말이다. 그들이 찾는 것은 믿을 수 있는 내용이다. 내 문제에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을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광고에 점점 덜 주목한다. 나와 콘텐츠 사이에 끼어드는 광고들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텔레마케팅 전화를 점점 받지 않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공통점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단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나 메시지를 거부하는 것이다.



콘텐츠 마케팅이란?


새로운 시대의 마케팅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이다. 고객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넓게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IT 미디어인 매셔블은 콘텐츠 마케팅을 “광고보다는 메인 기사가 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매우 좋은 비유다.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 마케팅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 콘텐츠를 만든다.
▶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린다.
▶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로 콘텐츠를 전달한다.
▶ 홈페이지나 블로그 방문자들을 인지-관심-구매-충성고객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



병원을 위한 콘텐츠 마케팅


의료에서도 소비자들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평소에도 건강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증상을 느끼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에는 그 증상이나 질병에 대하여 전문적인 내용을 찾아보고, 소셜 미디어나 지식인에서 묻기도 한다. 예전에도 친척이나 친구인 의사에게 물어보았지만,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로 더 많은 연결이 되어 있기에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더욱 쉽게 물어본다.


얼핏 인터넷에 정보가 많은 것 같지만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와 헬스커넥트가 실시한 ‘건강정보 이용에 대한 대국민 조사, 2013’에 따르면 인터넷 건강 정보에서 아쉬운 점으로 가장 많은 18.9%가 ‘정보가 부족하다’를 꼽았고, 다음 16.8%가 ‘정보가 전문적이지 않다’를 꼽았다. 전문가인 병원과 의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활동을 이미 잘하고 있는 곳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종합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2년에 건강에 대한 정보를 올리는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출발 당시엔 “헬스 허브(health hub)”였고, 지금은 “헬스 에센셜(health essentials)”라는 이름이다.
여기에는 심각한 질병 치료에 대한 콘텐츠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건강에 대한 콘텐츠도 있다. 모든 콘텐츠는 의료진이 쓰거나, 감수한 후에 올리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콘텐츠 마케팅 목표는 당장의 매출 향상보다도 브랜드 인지도를 미국 전역과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병원의 장기 전략적 목표가 오하이오주를 넘어서 미국 전역과 해외에서 환자들이 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병원을 자랑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환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중심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적인 의료 기술 등 다른 병원에 유리한 정보도 환자에게 유용하다면 올리고 있다.
때문에 불과 3년이 지난 2015년에는 월 3백만의 독자를 자랑하는 콘텐츠 허브가 되었다. 같은 기간 브랜드 인지도도 30%대 초반에서 37%로 올랐고, 30만도 되지 않던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독자는 2백만이 넘었다. 새로이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알게 된 소비자 중의 절반 정도가 온라인 매체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론


아무리 우리 병원이 훌륭하여도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그 사실을 잘 알기 어렵다. 가장 위대한 혁신 제품인 자동차조차도 좋은 마케팅의 도움을 받고서야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었듯이, 훌륭한 치료법, 의료진, 서비스도 마케팅의 도움 없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마케팅을 한다면 과거와 같이 고객의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보고 싶은 기사나 동영상 앞을 가로막는 광고가 아니라 고객에게 정말로 유용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마케팅’을 하기를 권고한다. 이를 통하여 인지도를 올리고, 고객에게 우리 병원의 전문성을 각인시킬 수 있다. 해외에 있는 고객들도 아는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좋은 병원이 어딘지 알려면 좋은 콘텐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마케팅은 의료기관에게 매우 적합한 마케팅 방법이다. 잘 활용하여 의료시장의 발전과 의료기관들의 세계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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