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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의료환경 변화와 성공적인 병의원 경영

김종현 (엘리오컴퍼니 이사)









지난 6월 일본의 닛케이 비즈니스에 ‘일본의 의료를 구하라’라는 특집기사가 게재되었다. 일본 최초로 1,798개의 병원에 대한 경영 능력을 평가하고 랭킹을 공개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병원에 당신은 가족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적자에 시달려 약품 구입이나 장비 투자를 제때 못하는 병원에게 자신이나 가족의 생명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이 적자가 나면 의료의 질도 부실해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병원의 흑자는 의료의 질을 위한 투자 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병의원의 경영은 환자를 위해서, 그리고 탁월한 의료 구현을 위해서 중요하다.





올해 초에 의료기관의 신규 대비 폐업률이 3년째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2012년에 87%이었던 것이 2013년 82%, 2014년에는 73%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폐업 기관 수보다 신규 기관 수가 많고, 폐업률 또한 하락 추세이니 표면적으로는 의료계의 경영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정말 병의원 경영환경은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병의원의 생존

먼저 매출환경을 보자. 의료기관 수, 의사 수 등 의료공급의 증가세가 인구증가세를 추월한 지 오래다. 앞서 언급한 의료기관의 높은 폐업률에도 불구하고, 의료공급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 요인만으로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가 측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진행되어 온 의료보장 확대가 2013년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더욱 높은 강도로 추진되고 있는데, 문제는 검사, 치료 등 비급여였던 항목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되면서 책정되는 수가 수준이 기존의 가격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장성 강화는 비급여항목의 급여화뿐만 아니라, 3대 비급여에 대한 환자부담 경감방안이 병행되면서 병의원의 매출감소 유인은 더욱 많아졌다.

이제 병의원의 원무수납대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진료비 항목을 하나씩 따지는 모습은 드문 광경이 아니다. 고객들이 의료소비에 매우 신중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의사의 고유 권한과 전문성으로 인정받던 처방권에 대해서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외래진료실에서 환자가 정말 필요한 처방인지 따지고 처방내역 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평원의 삭감 이전에 환자에 의한 삭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음은 비용환경이다. 그나마 병의원 경영에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2012년을 기점으로 보험수가 인상률이 미약하게나마 물가상승률을 역전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건비, 관리비 등의 물가 연동 비용보다 의료 수익의 증가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 병의원의 상황은 재무적 여유를 누리기 힘들다. 의료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장비 등의 투자는 고사하고,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나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등에 대비한 행정비용, 의료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등 커뮤니케이션 비용, 까다로워지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비용 등 비용증가 유인이 끝이 없다.


미래의 경영환경이 나아질 가능성은?

그렇다면 병의원의 경영환경이 수년 내로 개선될 가능성은 있을까? 이 전망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현 경영환경을 유발하는 거시환경을 볼 필요가 있다. 매출환경이 개선되려면 보험수가가 개선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최근 연이은 건강보험 재정 흑자로 인해 누적액이 13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 자금이 보험수가 개선을 위해 사용될지가 관건인데,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계획’ 실행의 선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가 개선’보다는 ‘보장 확대’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향후 고령화사회를 위해 40조 원의 건강보험재정이 필요하다고 하니 정부는 현재의 재원을 보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해 줄 정부의 재정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국가채무는 해마다 증가하여 2004년 204조 원에서 2014년 533조 원으로 10년 만에 2.6배가 증가하였고, 국가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4년 23.3%에서 2014년 35.9%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적자가 발생해서 국고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이다.





국민 중 3천만 명이 가입했다는 민간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이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의료실비보험의 보상한도를 감안하여 비급여 수가를 책정하거나, 처방내역을 구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의료실비보험으로 인한 민간보험사의 손해율이 2014년 123%에 육박했다는 내용과 함께 심평원 위탁 심사체계, 비급여 항목코드 표준화 등 대응방안이 업계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따라서 실손형 의료보험도 중장기적인 대안이 되긴 어렵다.

환자의 의료소비는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것이다. 고객들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것이기 때문인데, 이를 방증하는 지표가 처분가능 소득 대비 저축률이다. 저축률 상승은 금리가 높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데, 2012년 이후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 순저축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11년에 3.39%이던 것이 2012년 3.42%, 2013년 4.90%, 2014년 6.09%로 상승세가 유지되고, 업계는 저성장 경제 체제로 인한 고용, 임금 등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즉, 경기 측면에서도 환자들의 신중한 의료소비 패턴이 지속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경영 안정성을 위해 급여진료 중심의 기본환자군 확보가 관건

이제 병의원이 소수의 고(高)진료비 환자로 병의원을 운영하고 승부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오히려 경기 변화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적정 비율의 건강보험 급여 중심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평균 진료비가 높지 않더라도 병원을 안정적으로 내원해주는 기본환자군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환자군은 통증 등의 현저한 증상으로 인해 내원하므로 경기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또한 필요한 진료가 대부분 건강보험에서 보장되므로 진료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다. 게다가 주치의 개념으로 내원하기 때문에 의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기본환자군을 확보한 병의원은 불경기에도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더불어 기본환자군은 의사에 대한 충성도가 있기 때문에 기회에 따라 긍정적 입소문을 내거나, 신환을 소개하는 중요한 마케팅 채널의 역할도 하므로 병의원 경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본환자군은 장기적인 주치의 진료 개념에 입각해서 내원하기 때문에 이들의 확보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의료품질이 필수적이다. 의료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표면적인 친절이나 고급 인테리어, 자극적인 홍보만으로 두터운 기본환자군을 확보할 수 없다. 환자를 돌보고 질병을 고친다는 병원의 본질, 의사의 본질에 충실하여 의료 본연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선도 병원들의 최근 10년 화두가 바로 ‘의료품질’이다. 최고로 인정받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품질에 있어서 미진한 부분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성과를 담은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멀리 가는 병의원들의 비결은 의료품질에 있다.





기본환자군 확보를 위한 세 가지 제언

의료품질은 단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지속적으로 의료품질이 발전하는 병의원이 되기 위한 제언은 다음 세 가지다. 이 세 가지는 기본환자군 확보를 위한 시작이자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로 병의원의 진료와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전을 홈페이지 등 홍보물에 멋지게 담기 위해 만드는 것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병의원의 방향을 명시하고,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세우는 것이다. 비전을 세우기 위해 대표원장은 본인이 의사의 길을 선택하면서, 혹은 개원을 하면서 가졌던 의료에 대한 막연한 열정을 진료 철학으로 구체화하여 문자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과 함께 되고자 하는 병의원의 모습을 고객만족도, 신환 수, 의료수익 규모 등으로 표현해보고 토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전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경영이나 진료상의 의사결정이 비전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목표를 점검하며, 그동안 발생한 내외부 변화를 논의해서 비전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로 본인의 진료 영역에 대해서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진료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 진료 체계는 종류와 깊이에 있어서 완전해서 해당 진료 영역에 대한 어떠한 환자의 고민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는 환자에게 본인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너무 많은 고민과 책임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쇼핑”이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에는 환자의 지나친 의료 이용 패턴도 있지만, 의사가 본인의 주특기만 알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다양한 치료 옵션을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병의원과 의사가 치료 옵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환자에게 미루는 면이 있는 것이다.

훌륭한 병의원이라면 환자가 고민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비록 내가 직접 하지 않는 치료법이라고 할지라도 전체적인 치료 관점에서 의미와 효과 등을 환자에게 가이드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척추면 척추, 미용성형이면 미용성형에 대해서 모든 치료 옵션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환자의 상태에 따른 최적의 조합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법과 최신지견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신치료법이 기존 치료 체계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정리해두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책을 저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료 철학과 치료방법을 담은 저술은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본인의 진료 영역에 있어서 완전한 진료 체계를 가다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전과 진료 체계를 실행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주체인 구성원이 중요하다. 오죽하면 ‘환자 중심’을 외쳐온 의료계에서 ‘환자는 두 번째다’라면서 병의원 구성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 나왔겠는가? 직원들의 비전 공감대와 조직 몰입도, 근무 만족도가 진정한 환자 만족도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의료품질에 있어서 구성원들의 중요성은 미국 선도 병원의 비전 및 핵심가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의 6대 핵심가치에는 구성원(fellow caregivers)이 환자와 동급으로 등장한다.





구성원들의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체계와 교육 체계, 인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의사소통 체계는 비전에 입각한 의사결정의 실제 사례를 다양한 채널로 구성원들과 의사소통해서 비전을 원칙으로 운영되는 병의원임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병의원의 비전과 진료 철학, 진료 체계에 대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교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인사 체계는 관련된 원내 규정에 비전의 가치가 반영되도록 각종 평가시트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는 채용면접 평가, 인사 평가, 보상기준 평가, 승진자 선정 평가, 상벌 대상자 평가 등 크게 5가지가 있는데, 각각의 평가 문항에 비전의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의료진의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진료지침이나 행동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다. 병의원에서 의료진은 자의든 타의든 조직문화의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구성원 중 소수이지만 환자의 만족도에 있어서나, 조직의 분위기 형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무리 고객 중심을 외치고, 상호존중을 추구해도 의료진이 선도하지 않으면 조직의 방침은 힘을 잃는다. 따라서 우리 병의원의 의료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진료지침을 제정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의료진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Back to the Basic!

세계적인 회사들 중에는 경영이 어려워질 때 ‘업의 본질에 대한 고찰’에서 돌파구를 찾은 회사들이 많다. 작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화제가 된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원제; The Moment of Clarity)’에는 레고, 인텔, 아디다스 등 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생존은 물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들이 나온다. 병의원에 있어서 업의 본질은 ‘의료품질’이 아닐까? 병의원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의료품질’이라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집중이 생존과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