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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의료산업의 시대, 브랜딩이 병원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송경남 (HBA닥터피알 대표이사)






최근 필자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의·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세 가지가 의(依), 식(食), 주(住)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온전히 살아가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의(醫)다. 잘 먹고 자고 입어도 병이 나면 삶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바야흐로 의(依), 식(食), 주(住), 의(醫)의 시대다.

최근 온 나라를 늪에 빠뜨렸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에서도 질병과 의료가 개인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사회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온 국민이 직접 경험을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의료는 이미 개인의 질병 영역을 넘어 생존과 글로벌 산업 영역으로 서로 복잡하게 확대되고 있다. 음식이나 주택, 의류사업, 그리고 IT가 지금까지 산업을 이끌어 왔다면, 이들과 결합한 의료산업이 향후 비즈니스 영역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이제부터는 의료의 시대다.

그러나 의료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나라 병원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국내 민간 병의원들, 특히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비싼 돈 들여 그 고생을 하며 의대를 나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화를 누리기가 힘들다는 자조 섞인 볼멘소리가 자주 들린다. 지금 의사들이 겪는 고통을 “3불(不)”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른바 ‘불황(不況)’, ‘ 불만(不滿)’, ‘ 불안(不安)’이다.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전체 요양기관 중 5,500여 개가 폐업을 했고, 이는 2009년 대비 20%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동네병원 폐업 증가율 18%나 돼서 작은 의원일수록 불황에 허덕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선 병원과 의사들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는 저수가 구조, 리베이트 수사, 의료민영화(영리화) 시도, 원격진료 허용 움직임 같은 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것이 많다. 이 때문에 의사들의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고등법원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개인회생 신청 1,145건 중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39%(449)나 차지했다. 그야말로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 불안의 시대를 지금 의사들은 겪고 있다.


병원 브랜딩, 최소한 망하지 않는 생존의 지혜!

그렇다면 의료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렸다고 그저 다가오는 파고를 몸으로만 부딪히며 견뎌낼 수 있을까? 무조건 성공보다는 최소한 망하지 않는 생존의 지혜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필자는 병원을 개원했거나, 혹은 개원하려는 수많은 의사 경영자를 20년 가까이 만나 왔다. 그 과정에서 성공하는 병원, 잘되는 병원, 쑥쑥 커가는 병원에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이 꿈꾸는 병원 모습을‘브랜드’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온전히 녹아들게 하고 있었다.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머릿속에 미래에 펼쳐갈 병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놓고, 하나씩 만들어 가며 성공을 즐긴다. 환자와 마주하는 순간순간을 즐거움과 감동의 일상으로 이끌며, 동료의사·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성장을 일군다. 그야말로 멋진 의사 경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병원을 브랜드(brand)로 만들어 가는 과정(ing)이다.

병원 브랜딩(hospital branding)은 잠재되어 있는 의료 소비자의 마음에 병원 이미지에 대해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모든 과정이다. 특별함은 곧 차별성이다. 병의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진정성에 기반한 의료의 본질적 기반 위에서 일반 기업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색깔, 특징, 이미지가 녹아 있는 브랜드로 탄생되어야 한다. 병원마다 고유의 브랜드로 다가가 국내외 환자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고,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병원 브랜드를 통해 왜 그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그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 주자는 뜻이다. 이것을 통해 의료 소비자들은 기꺼이 자신이나 가족이 아플 때 망설이지 않고 그 병원을 찾도록 하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을 통해 스스로 빛나는 병원, 격변하는 사회적 환경에도 국내외에서 꾸준히 환자들이 찾아와 굳건히 성장하는 병원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현재 민간병원으로 국내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차의과대학교 ‘차병원’의 예를 보자. 차병원은 1960년 중구 초동 스카라 극장 옆에 작은 산부인과 의원으로 시작, 50여 년 만에 한국의 대표적 메디컬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차병원 그룹의 핵심 성공 요인은 설립 이후 산부인과와 불임 치료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 온 전문성, 국내외에서의 적재적소 투자와 확장 등 경영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90년대에 성공적으로 진행한 브랜드 콘셉트 제정이다.

차병원 경영진은 많은 고민과 검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차’의 영문 이니셜인 ‘C.H.A’에 병원의 사명과 지향점을 녹여 내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선언한다. 그리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로고도 만들어 ‘CHA’의 모양을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도형 모양인 ○□△를 형상화한 친근하고 감성적인 브랜드 디자인도 선보인다.






차병원은 이러한 ‘기술’, ‘ 감성’이 잘 어우러진 브랜드 콘셉트를 선언적인 구호나 포장에 그치지 않고, 병원 구석구석에 실제 적용해 독보적인 브랜드로 발전시킨다. 의대 입학생 전원에게 6년간 전액 장학금을 주는 의과대학을 설립해 무료로 미래 인재 양성에 나서는가 하면 병원 곳곳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활용, 차병원 산부인과 고객들이 직접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5감 활용 브랜딩인데,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단순히 병원 설립자 성을 따서 불려지는 ‘차병원’이 아닌, 사랑 배려 조화 단합 연구 교육 등 핵심 키워드가 숨어 있는 ‘차병원’ 브랜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병의원 브랜딩의 3가지 전제 조건

그렇다면 이렇게 병의원이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할까? 바로 업(業)의 정의, 의료 윤리, 진정성에 기반한 의술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개별 병원마다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비로소 병원 브랜드가 꽃을 피울 수 있다.





병의원 브랜딩의 출발점인 업의 정의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병원에 모여 있는지, 의사 또는 병원 자신이 제공하고 있는 의료서비스가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그 병원 브랜드의 속성이나 존재 의미, 나아가 진정성까지 표현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장래에 대한 꿈을 꾸듯 업의 정의는 한 병원의 미래 지향적인 방향과 모토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오토바이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할리데이비슨,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찻집의 개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장소’를 표방한 스타벅스의 업의 정의를 생각하면 쉽다.

요통을 치료하는 병원을 예로 들어 보면, 업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환자가 인식하는 병원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 “척추 치료는 OOO병원에서”보다는 “요통으로 고생하는 척추 환자에게 직장과 여가를 되돌려 드린다”라고 슬로건을 내세운 병원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연히 달라진다. 막연히 ‘잘하겠다, 우리가 최고니까 날 찾으라’, ‘ 환자만족, 환자행복’과 같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환자 관점이 강조된 표현이 공감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병원의 작은 업무 단위에서도 업의 정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병원 주차관리 요원은 그저 차량 안내만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를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업을 다시 정의한다면 기본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질 것이다. 환자 식사를 만드는 영양실 직원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을‘또 다른 치료제’라고 인식한다면 환자 식사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일까?

병의원 브랜딩의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의료 윤리다. 아직도 의료계 주변에서는 리베이트, 탈세, 부당청구, 과잉진료, 무면허, 마약관리, 성범죄 등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회자되고 있다. 병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정도를 벗어난 유혹도 점점 많아진다. 의사들의 비도덕적 행태에 더 심하게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가 몸이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의사라는 사실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와 병의원은 사회적으로 더욱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병원은 기업보다 더 엄격한 윤리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윤리의식이 결여되었다면 제아무리 신의 손을 가졌다고 해도 그를 신뢰하며 찾아가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병원 브랜딩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이라는 주춧돌을 제대로 깔아야 한다. 브랜딩에 성공했을지라도 병원에서 윤리가 실종되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의 집에 불과하다.

마지막 조건은 진정성에 기반한 의료기술이다. 아무리 병원이 매출과 수익을 신경 써야 하는 시대라고 할지라도 병원의 본질적인 임무는 치료, 생명과 건강 수호다. 어떤 병원이든 꾀를 부리는 상술보다 정직한 의술이 브랜드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의 기본 속성인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환이 좀 떨어진다고 불법에 현혹되거나 환자 질병을 돈 버는 수단만으로 생각하는 의사와 병원을 누가 다시 찾아갈까? 기본적으로 명의를 만드는 것은 환자다. 환자가 줄을 서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도 꼭 그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자 한다면 그 의사가 명의다. 이런 사실은 의사에 대한 굳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간혹 홍보 마케팅의 반짝 효과로 환자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면, 그 병원과 의사가 환자들에게 그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환자 배려와 측은지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의료기술, 병원 브랜딩의 대들보다. 성실하고 바른 진료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 돈을 버는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다만 환자 진료로 축적된 부를 의료기술 발전과 환자 서비스를 위해 재투자하고 사회에 공헌한다면 더욱 신뢰 받는 병원으로 인식될 것이다.





국내외 환자에게 사랑받는 100년 병원을 꿈꾸며…

이러한 전제 조건 이외에도 병의원이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예산 확보가 필수며, 의사들의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절실하다. 대형병원의 경영 판단은 의료진 리더십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원장이 바뀌면 홍보 마케팅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문제가 생긴다. 홍보나 마케팅을 후순위 예산으로 편성하거나 다른 병원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생색내기용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일부 개원의들은 의사로서의 실력과 전문성은 대단한데 아예 홍보 마케팅에 대한 개념조차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개원 초기 반짝하다가 금세 지치는 일도 다반사다. 의사협회, 민간 의료단체를 중심으로 의료 홍보 및 마케팅, 병원 브랜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 정보 교류의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의료 정보의 민감도가 커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의료 홍보와 광고에 대한 규제가 지금보다 완화되길 바란다. 지나친 환자유인 행위, 의료비 부담, 치료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병원과 대중이 더 가까워지는 기발한 소통 방법이 허용되면 좋겠다. 기업의 상품처럼 병원의 차별적 능력이 녹아 든 자체 의료서비스 개발이 필요해진 시대다.

지금 우리는 병원 브랜딩의 시작점에 서 있다. 일반 기업의 상품 브랜딩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법에 환자 유인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의료가 상품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의 산업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많은 변화와 성장이 예상된다. 이제부터라도 병의원이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 먼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드시 거대한 수준일 필요도 없다. 의사라는 평생 직업을 위해, 병원이라는 평생 직장을 위해 고유한 개성과 색채를 가진 병원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소박하고 작은 브랜드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국내외 의료 소비자에게 치료와 감동을 제공하고 대중의 건강과 함께 한 걸음씩 성장하는 병원의 모습이길 기대한다.

역사가 깊은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대개 병의원을 처음 설립한 원장이 진료를 하다 은퇴를 하면 당대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수많은 임상 노하우도 함께 사라진다. 국가적으로나 국민 건강 차원에서 큰 손실이다. 이렇게 병의원의 수명이 짧은 데는 브랜드 병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들에도 폭넓은 사랑을 받는 강력한 브랜드 병원을 통해 앞으로 50년, 100년 이상을 환자와 함께 성장하는 병의원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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